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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유산’으로 부활한 영남개혁세력… 미래 권력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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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유산’으로 부활한 영남개혁세력… 미래 권력까지 넘본다

입력
2019.05.23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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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실패론에 절멸 위기서 MBㆍ박근혜정부 실패로 재평가 

 유시민ㆍ김부겸ㆍ조국ㆍ김경수 등 차기 대선 주자군도 두터워 

퇴임 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자전거 뒤 수레에 손녀를 태우고 마을 주변을 달리고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퇴임 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자전거 뒤 수레에 손녀를 태우고 마을 주변을 달리고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한때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던 영남개혁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년 만에 명실상부하게 부활했다. 보수정권의 텃밭이었던 영남에서 오랫동안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영남개혁세력은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비상의 날갯짓을 했으나 지나치게 이상을 앞세운 아마추어리즘으로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10년간의 와신상담 끝에 이전보다 탄탄한 정치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호남정치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했으며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한층 탄탄한 개혁 정체성을 집권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중심으로 미래권력까지 키워가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보수정권 잇단 실패로 재등판… 한층 노련해진 국정운영 

영남개혁세력은 참여정부 국정운영에 실패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며 2007년 정권을 내준 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잇따라 터진 부패스캔들에 이어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적 구심점마저 잃으면서 한때 폐족의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 집권 9년 동안 국정운영이 국민적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참여정부에서의 경험은 문재인 정부가 한층 노련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하는 거름이 됐다. 문재인 정부도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개혁 후퇴에 따른 지지층의 반발이라는 모순된 상황 속에 어김없이 놓였지만,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아마추어 같다’는 비판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재 청와대 핵심 멤버들은 대부분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청와대에서 영남개혁세력으로 꼽히는 인사는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을 다루는 정태호 일자리 수석을 비롯해 김영배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등이다. 친문 핵심으로 이른바 ‘3철’로 불리는 이호철 전 수석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남개혁세력의 대표주자다. 당에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부산에서 값진 승리를 일궈내며 정권교체에 기여한 그룹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인호(국내언론비서관)ㆍ박재호(정무비서관)ㆍ전재수(제2부속실장) 의원 등은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기도 하다. 내각에서 돌아온 김부겸ㆍ김영춘 의원은 2003년 당시 한나라당의 탈당해 민주진영에 가세한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영남개혁세력을 한 축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축 세력인 영남개혁세력은 차기 정권재창출의 핵심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외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수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이사장을 비롯해 김부겸 의원, 조국 민정수석까지 두터운 차기 대선 주자군이 포진해 있다. 친노ㆍ친문은 아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또한 영남개혁세력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사건 재판이라는 변수는 남아 있지만 잠재적 대선주자군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호남정치세력과 결별, 독자세력화… 지역주의 청산 단초 

문 대통령이 구(舊)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호남정치세력의 직접적 도움 없이 집권에 성공한 것도 영남개혁세력의 자생력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대선에서 구 동교동계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원했지만, 호남 민심은 압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촛불혁명의 여망 앞에선 영호남이라는 지역주의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영남개혁세력은 앞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990년 5공화국 신군부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민주정의당과 ‘3당 합당’에 합의하면서 근근이 명맥만을 유지했다. 현실 정치에 발을 딛고 있던 대다수 영남개혁세력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행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YS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던 노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을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며 YS와 결별한 뒤 영남개혁세력의 독자 세력화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소수세력의 현실적 한계를 절감하며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호남민주세력과 손을 잡아야 했다.

우리 정치의 최대 폐해로 꼽히는 지역주의 극복의 단초를 찾은 셈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 보여준 개혁의 동력을 계속 살려나가지 못한다면 과거의 구태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기성 호남정치세력에 큰 빚을 지지 않고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영ㆍ호남 지역이 아닌 개혁 대 반개혁의 정치지형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개혁 동력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영남개혁세력이 지지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결국을 과거와 같은 선거경쟁 득표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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