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본부 기자회견서 美 비난… 북미협상 교착 속 선박 몰수 갈등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21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국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미국의 몰수 조치를 비난하며 즉각 반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국 화물선을 몰수한 미국을 비난하며 반환을 요구했다. 북한 유엔주재 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을 비난하기는 매우 이례적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황과 맞물려 양국 간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는 양상이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압류를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미국은 지체없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우리 공화국의 자산”이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방적인 제재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조치는 분명히 불법행위라고 했다. 이어 “유엔 헌장에 비춰봐도 일방적인 법과 제재는 존중과 국가 주권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김 대사는 강조했다.

앞서 9일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4월 북한 석탄을 운송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된 이 선박을 몰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한 미국의 보복성 조치로 풀이됐다.

북한은 지난해 6ㆍ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대미 비난 메시지를 쏟아내며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담화를 내고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7일에는 김 대사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서한을 보내 “(미국이) 불법 무도한 강탈행위를 감행한 것은 국제법도 안중에 없는 날강도적인 나라임을 스스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며 유엔 사무총장 차원의 긴급 조치 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가뜩이나 대화 재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양국에 선박 몰수를 둔 갈등이 또 다른 외교적 부담거리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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