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ㆍ친문 인사들이 요즘 유독 분개하는 건 보수 진영의 ‘노무현 띄우기’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부터 “근본이 없다”느니 “고졸 출신”이니 하며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던 이들이 지금은 “노무현의 통합과 실용” 운운하며 칭찬하는 꼴이 가관이라는 얘기다. 그게 진짜 노무현을 평가하기 위한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 비판하는 의도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하라”는 묵시적 압력인 셈이다.

□ ‘정치적 동지’이자 ‘운명’마저 나눠진 노무현과 문재인은 비슷하면서 다른 점이 많다. 말과 행동이 일관된 원칙주의자라는 점은 같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참여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면담을 통해, 성향을 ENTP 유형으로 진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협상’) 리더십 검사 도구를 활용한 결과, 노무현은 외향적(Extraversion), 직관적(intuitioN), 사고적(Thinking)이고, 임기응변에 능한 인식형(Perceiving)이라는 것이다. 반면 함께 일한 경험을 토대로 분석한 문재인은 INFJ형으로 내향형(Introversion)에 직관적이며, 감성적(Feeling)이고 판단형(Judgement)이라고 진단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역사의식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주는 직관형뿐이다. 조 교수는 이를 근거로 “노무현이 유연한 원칙주의자라면 문재인은 강골형 원칙주의자”라고 말했다.

□ 측근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18일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노 대통령은 겉으로 굉장히 강하지만 속으로는 여리고 섬세한 분”이며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여린 것 같은데 속은 훨씬 더 불이 있고 강하고 단단한 분”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예전에 “노 대통령은 뜨거움과 열정을 직접 드러내고 문 대통령은 뜨거움을 드러내지만 차분하게 절제된 표현을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노무현을 장미꽃, 문재인을 안개꽃으로 비유한 이들도 있다.

□ 노 전 대통령이 ‘실용적’이라는 평가는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 결정이 계기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진보ㆍ개혁 진영이 등을 돌려 노무현은 보수ㆍ진보 양쪽에서 협공을 당했다. 문 대통령도 지금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 촛불정신 구현의 소명을 안고 있는 문 대통령이 어느 길을 갈지 주목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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