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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해보니… 정부 “최저임금 여파 고용 감소”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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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해보니… 정부 “최저임금 여파 고용 감소” 첫 인정

입력
2019.05.21 17:27
수정
2019.05.21 23: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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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소매ㆍ음식숙박업 일자리 줄거나 근로시간 감소”

저임금 노동자 임금 올라… 소득 양극화 다소 개선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약 29% 인상했으나 인건비 부담이 커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고용이 감소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실태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인정했다. 지난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도소매와 음식업 한계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컸다”며 최저임금이 고용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는데 이날 실태 조사 발표를 통해서 공식 확인한 셈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고 있지만, 기업이 노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해 월 평균 임금 인상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도 공개됐다.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기-승-전-최저임금’ 식으로 몰아갈 순 없지만, 현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FGIㆍ심층면접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부의 의뢰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지역 제조업, 자동차 부품업 등 4개 업종의 사업장 94곳을 방문ㆍ면접조사했다. 다만 이번 업종별 실태조사가 일부 취약업종에 대한 사례조사 방식이고,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할 통계분석이 빠져 있는 점,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종별 상황을 살펴보니,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도소매업(17곳 조사)과 음식숙박업(24곳 조사)의 경우 대다수 사업장에서 고용 감소나 근로시간 감소가 관측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손님이 적은 시간대는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전체 근로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두 업종은 영세사업장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자 본인이나 가족 노동이 확대되는 경향도 발견됐다. 연구책임자인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과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거나,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더 단축해 초단시간근로자로 전환하는 등 고용 조건이 악화된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료 등 부가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나누는 경우는 적었다고 부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공동 분담하도록 할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한편 안산과 시흥, 대구와 광주 등 공단이 밀집한 지역의 중소제조업체 29곳은 고용 감소보다는 근로시간을 감축해 총임금을 줄이려는 경향이 관찰됐다. 중소 제조업에선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들의 시급 인상률은 높았지만, 최저임금보다 임금이 높았던 고숙련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급여를 올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발견됐다. 반면 하청 기업을 대표해 살펴본 아산, 시흥, 경주 등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24곳)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낮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체로 확대해보면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완화되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 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의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 분포의 변화’에 따르면,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토대로 시간당 임금 불평등을 측정한 지니계수는 지난해 0.333으로 전년(0.351)보다 0.017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빈부 격차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이후 지니계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다만 월평균 임금으로 살펴보면 지니계수가 지난해 0.367로 전년(0.376)보다 0.009 감소하는 데 그쳤다. 김 팀장은 “하위 임금분위(1~3분위) 근로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노무비용이 증가하는 데 부담을 느낀 기업이 전체임금(월 평균) 상승에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분석인만큼,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십만개의 사업장 중 100개만 살펴봐도 나쁜 결과가 나올 정도이고, 2년 내내 고용 감소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과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는 실태조사보다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과도한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며 “정부가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사회보장 수준도 높여 (부정적 영향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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