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관련 문 대통령 처음 언급하며 중재위 수용 요구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은 2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제대로 책임을 갖고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우리 정부에 중재위원회 개최 요청에 이어 문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고노 장관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고노 장관은 이날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가)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징용 문제를 지휘해온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적으로 대응책 검토에 한계가 있다면 당연히 중재위에 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필요하다면 국제사법의 장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이 중재위 설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측이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에 대해 매각을 신청한 것과 관련, “만일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미치는 일이 발생하면 일본 정부로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22~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 각료이사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재위 개최를 재차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취임인사 차 총리관저를 방문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이번 문제는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중재위 개최 요청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이 연일 한국을 압박하고 나선 배경에는 중재위 요청을 다음달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염두에 두고 한국에 중재위 개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모색을 위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징용 노동자 문제가 이대로라면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일본 측의 태도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의 수용 여부를 중재위 개최 요청에 대한 한국 측 대응을 보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르면, 중재위 요청은 상대국에 접수된 이후 30일 이내 양국이 중재위원을 선임함으로써 설치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다음달 18일까지 한국 정부가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어렵다는 시그널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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