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중 검찰과거사조사위원장 대행이 20일 법무부 과천정부청사에서 장자연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09년 성접대 강요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사건이 결국 미궁에 빠졌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일 ‘장자연 사건’ 최종 심의 결과, 수사 미진과 조선일보 외압 의혹 등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핵심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권고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검 진상조사단의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받아 심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규명을 촉구한 것치고는 초라한 결과다. 의혹 규명에 실패한 원인이 검경의 초기 부실 수사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마저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검경 수사 책임자의 사과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해 술접대와 성접대 강요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특수강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과거사위의 설명이다. 논란이 됐던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과거사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부당했고,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간부가 경찰청장을 찾아가 수사를 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사실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공소시효와 증거 부족으로 본격적인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는 당시 검경 수사가 얼마나 부실투성이였는지 드러났다. 사건 직후 경찰이 장씨의 주거지와 차량 등 압수수색에 걸린 시간은 57분에 불과했다. 다이어리와 가방은 물론 핸드백 속 명함은 뒤지지도 않았고 장씨의 휴대폰 3대의 통화 내용과 디지털포렌식 결과도 수사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장씨의 억울한 죽음의 동기를 확인할 중요 자료를 방치했으니 애초 수사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고도 인권 운운 하며 수사권 조정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검경의 행태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검경은 장씨 사건 부실ㆍ은폐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를 국민에게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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