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쌓여 있는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급감하면서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핵 옵션’을 꺼내들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분쟁 상대국인 미국을 압박하려 국채 대량 매각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으로 국채를 내다판들 실제 효과가 의문시되고 오히려 중국이 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미 국채 해외 보유 현황’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 3월 말 현재 1조1,205억달러어치로, 한 달 새 104억5,000만달러어치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 보유량(1조1,877억달러)과 비교하면 5.7%가량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그래픽=박구원 기자

시장 일각에선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일로인 상황과 결부해 중국의 ‘저의’를 의심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20일 “중국의 미 국채 대량 매도가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핵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며“미국의 시중금리를 상승시키고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중국이 미 국채를 매도하면 미국 채권 가격이 떨어져 시중금리가 상승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와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이 지난 13일 트위터에 “많은 중국 학자들이 무역전쟁의 보복 수단으로서 미국 국채를 판매할 가능성과 그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내부의 강경 기류도 이러한 ‘음모론’의 양분이 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 국채 매각은 ‘폭격’보단 ‘자폭’이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팔면 자국 외환보유액이 그만큼 축소되면서 금융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미 국채 매각의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절상된다. 위안화 절하를 통해 미국 관세 부과 장벽을 우회하려는 중국 입장에선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중국의 국채 매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하는 견해도 있다. 팀 듀이 오리건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기조를 철회한 점을 지적하며 “연준이 방어 차원에서 중국이 내다 판 국채를 얼마든지 매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국제경제 둔화 우려 확대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 선호가 높아지면서 매물이 충분히 소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대폭 줄인 지난 3월 미 국채의 해외 보유량 규모는 오히려 450억달러 늘었다.

시장에선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 감축이 최근 급격히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위안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에 보다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위안화 가치 급락기였던 2015~16년 중국은 2년간 미 국채 보유량 2,000억달러어치를 줄이며 위안화 방어에 나서면서 한때 일본에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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