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최임위 공익위원, 중립 인사로 구성”… 박영선ㆍ송영길 “동결해야” 
 4% 인상 땐 내년 최저임금 8684원… 노동계 반발에 노정갈등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 이행이 어렵다고 밝힌 가운데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물가상승률 등에 연계한 3~4% 수준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예 올해 수준인 8,35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반발하는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3~4%가 적당하다고 본다”며 “우리 상황에 맞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중립적인 인물로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방침대로 최대 4%를 인상할 경우 내년 최저임금은 8,684원을 기록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4일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표시하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노동생산성 증가 폭(3~4%)보다 작게 하라”고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0.9%로 인상되며 2년간 30% 가까운 인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자 정부와 여당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최저임금 동결론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이) 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고 말한 데 이어, 이달 14일 외부강연에서도 “동결에 가까운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을 해야 한다”며 “경제가 성장할 때 최저임금을 올려야지 하강국면에서 올리면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들에게 근로자를 해고시키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했다.

앞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제안했을 땐 장하성 전 정책실장 등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거세게 반대했지만, 지금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고용에 일부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민생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어 이번에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정부가 국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며 “동결이 어렵더라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27명)가 결정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9명)을 정부가 위촉해 정부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영계에 가까운 인사를,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동계에 가까운 인사를 공익위원에 임명해 정권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출렁거렸다. 이에 정부가 ‘중립적인 인물로 공익위원을 다시 뽑겠다’고 밝힌 자체가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공익위원인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등 8명은 9일 “새로 간판을 다는 게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에 더 좋을 것”이라며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강하게 반발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두고 뻔히 예상되는 반발에도 대응하지 못한 채 눈치 보기와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정 최저임금 고시기간은 8월 5일로,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이기 위해 대정부 압박을 강화할 전망이어서, 향후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노ㆍ정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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