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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의 투쟁’ 알린 북한… 정부, 이번 주에도 식량지원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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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의 투쟁’ 알린 북한… 정부, 이번 주에도 식량지원 드라이브

입력
2019.05.20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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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인사들과 면담 등 여론 청취… 북한은 일단 신중 입장, 화답여부 주복 

김연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대형교회 목사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사랑의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연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대형교회 목사들과 만나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사랑의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번주에도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여론을 듣는다. ‘대북 퍼주기’로 비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해 두자는 심산이다. 북한이 ‘식량난은 적대세력의 대북 제재에서 비롯됐다’며 자력갱생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난관이다. 최종 결정에는 국민 여론과 북한 태도가 두루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연철 장관은 20일 오전 전국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통일교육위원협의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오후에는 김희중 가톨릭대주교와 면담한다. 세계식량계획(WFP) 및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ㆍUNICEF) 등 국제기구의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95억여원)를 공여하는 방안(17일 발표) 외에 직접 식량 지원 등 추가 방안이 필요하지 않은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조만간 국제기구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 인도 지원 사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인 통일부는 의견 수렴을 위한 또 다른 간담회와 면담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의견 청취 기간’을 갖는 건 인도적 대북 지원을 서둘러 결정했다가 정작 북한이 거부할 경우 불 수 있는 여론 역풍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일 공산이 크다. 북측 거절로 지원이 무산될 경우 ‘왜 퍼주려다 망신을 당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지는 건 물론 대북 정책 전반에 생채기가 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는 일종의 명분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언제까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한을 정해두고 의견을 듣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은 남측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 방침에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결정 공개 다음날인 18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한 정부를 향해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가뭄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북한이 적극 알리고 있다는 건 정부가 건넨 손을 잡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가물(가뭄)과의 투쟁에 계속 큰 힘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실어 각 지역이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 기상수문국(남측의 기상청) 방순녀 처장은 17일 노동신문 기자와의 문답에서 “올해 1월부터 5월 15일까지 기간을 놓고 볼 때 전국적인 평균 강수량은 56.3㎜로 평년의 39.6%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는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6~12일 기상 위성 사진을 토대로 작성된 ‘가뭄 지수’ 분포도에 근거해 한반도 북부 지역 가뭄이 극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 악화했다고 18일 전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상위성의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가뭄 지수'를 표시한 지도.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할수록 가뭄의 정도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4월 마지막 주, 5월 첫째 주, 둘째 주의 지도. VOA 제공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상위성의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가뭄 지수'를 표시한 지도.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할수록 가뭄의 정도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4월 마지막 주, 5월 첫째 주, 둘째 주의 지도. VOA 제공

물론 북한이 도움을 거부하며 버틸 가능성도 있다. 매체를 통해 적대세력이 식량난을 통해 자신들을 굴복시키려 한다거나 국제사회의 도움은 예속의 시작이라는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노동신문은 19일 아프리카 토고 등이 선진국의 원조를 받았다가 경제적으로 종속됐다고 주장하며 “‘원조’라는 것은 발전도상나라(개발도상국)들의 명줄을 틀어쥐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였고, 하나를 주고 열, 백을 빼앗으려는 강도적 약탈의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오늘 우리가 강성해지고 잘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적대세력들은 우리 인민의 식량난을 겪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허물어버리고 나아가 우리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며 “모내기를 제때 질적으로 해 알곡 증산의 돌파구를 열어 놓음으로써 적대세력들에게 무서운 철추를 내려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인도 지원을 발판으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긴장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계산을 북한이 대미 설득에 역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12일 선전 매체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 대신 인도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쏘아붙인 터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남북 협의가 없으니 (북한으로부터의) 공식 입장도 없다”며 “북한 반응이 (인도 지원에)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상황을 보며 (대북지원)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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