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에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포함하겠다고 선언을 하자 다수의 글로벌 게임업체들이 게임장애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게임업체들은 “게임은 대부분 사람들이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즐기고 있고 게임은 여러 면에서 이익을 준다”며 “게임장애에 대한 근거가 아직까지 희박하고, 게임장애는 도덕적 불안을 유발해 진단을 남용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장점과 인기, 게임장애에 대한 반박이 게임산업으로 인해 실제 엄연히 존재하는 게임관련 피해를 무시하는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된다. 게임업체들은 문제성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사회적 고립, 수면문제, 신체활동부족, 식생활 문제, 심리적 건강악화, 학업 혹은 직무수행 방해, 관계 갈등)에 대한 근거와 공중보건 요구를 인식하지 못하고 부정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취약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적극적 능력과 게임관련 피해를 감소시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전략이란 목표와 계획을 결정하는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을 의미한다. 게임업체들의 기업전략은 게임물과 서비스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 추구를 포함한다. 게임업체들은 “모든 게임이 예외 없이 이용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관점을 주장해 이러한 전략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게임사업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게임업체들은 지나친 게임으로 인한 위험이나 피해를 언급하지 않고 게임의 가치와 인기를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장점을 상업적 게임 전반의 장점으로 일반화하고 동일시해, 이로운 점 외에 폐해도 있을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실제 게임산업의 입장을 지지하는 연구자들도 논문에서 ‘어떤 이들은 게임과 관련한 문제를 경험한다’는 내용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부분만 선별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문제성 게임행동으로 인한 중요한 역학적, 신경학적, 임상적 근거를 인정해야 한다. 문제성 게임을 질병(게임사용 장애)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활발하고 건전한 논의가 있지만, 게임장애의 개념에 반대하는 이들도 게임과 관련한 피해는 인정한다. 이러한 학문적 논쟁이 게임은 항상 무해하다는 논리를 지지하는데 오용되면 안 된다. 게임업체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성공적이라고 해도 윤리적,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게임은 사람의 삶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취약한 이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이득을 취하는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게임업체들도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지속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접근을 취하기를 권고한다. 게임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할 때 게임은 더욱 건강한 윤리기준과 사업방식을 실행할 것이고, 문제성 사용자의 요구에도 보다 조직적이고 협력적 응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엘 킹(Daniel King) 세계보건기구(WHO) 행위중독대응 자문 TF 위원

다이엘 킹(Daniel King) 세계보건기구 행위중독대응 자문위원

◇다이엘 킹 교수는 임상심리학자로 호주 아델레이드대학 심리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도한 디지털 사용 관련 건강문제에 대한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인터넷게임장애(DSM-5, Internet Gaming Disorder) 교과서를 처음 펴낸 최고 연구자 중 한 명이다. 현재 WHO 행위중독대응 자문 TF위원 및 행위중독 관련 각종 국제프로젝트를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35개국 124명의 관련 분야 연구자, 임상가들이 학술잡지 ‘중독’(Addiction)‘에 보낸 편지글을 대표저자인 다니엘킹 교수가 한국독자들을 위해 기고문 형태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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