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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당사자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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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당사자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 왔으면”

입력
2019.05.18 17:37
수정
2019.05.1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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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제1회 정신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서 윤석희 대한정신장애연대 초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제1회 정신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서 윤석희 대한정신장애연대 초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정신장애는 친구 같아요. 때로는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지만 어떨 땐 나를 걱정해주고 격려와 지지도 해 줘요. 저는 제 정신장애를 싫어하지 않아요. 극복했고, 회복기라 생각해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는 ‘정신(심리사회)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가 개최됐다. “정신 장애인 상호 간에 격려하고 지지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진정한 사회 통합에 한 발 더 다가간다”는 목표로 올해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정신장애인인권연대가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후원했다. 행사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3명이 돌아가며 각자 5분씩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신장애인가족협회 관계자는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사회적ㆍ법적 권리 주체로서 자기 권리를 자유롭게 주장할 기회를 마련해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더불어 장애인들의 재활 의욕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필요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들은 정신 장애를 통해 겪은 아픔과 더불어 규칙적인 치료로 증상이 완화된 경험,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대구에 거주하는 정호준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성 질환을 겪다가 ‘인생을 포기해라’, ‘죽어라’ 같은 끔찍한 환청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선 결과 지금은 15년차 경력 기술자가 됐다”라고 소개했다. 충북 제천의 병원 교회에서 목사로 있다는 홍주표씨는 “과거 제가 조현병으로 입원했던 그 곳에서 지금은 목사로 사역하고 있다”라며 “정신장애인들이 이런 곳에 나와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제1회 정신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제1회 정신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만 기자

그러면서 참가자들은 “사회적인 편견이 가장 아팠다”고 입을 모았다. 조울증, 우울증 회복 커뮤니티 ‘코리안매니아’에서 당사자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는 이상수씨는 “여러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사회생활 해나가는 사람도 있는 등 정신 장애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며 “정신장애인이기 이전에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코리안매니아 운영자 정안식씨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14년동안 한국이 경제적ㆍ문화적으로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장애와달리 정신장애인들에게 너무 무심했다”며 “정신 장애인들은 오늘도 사회의 낙인, 자살충동 등을 느끼면서 오늘까지 죽지 않고 서바이벌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영학씨는 “지금도 혼자 있을 땐 항상 아프고 괴롭고 무섭다”라며 “재활센터에서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를 통해 동료들을 많이 만나면서 크게 호전됐고, 1995년 정신보건법이 생기고 정신재활센터 생기는 과정에서 ‘이렇게 하면 뭔가 변화 있겠구나. 한번 해보자' 하는 힘을 크게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는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사회로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증언하고 그것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너무 높은 편견 때문에 그렇지 못 했지만,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행사가 지금 이 시기에 열려 너무나 적절하고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정규 대구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숨 죽이고 침묵했다”라며 “당사자와 가족들이 더 많이 자기공개를 하고 증언이 있을 때 비로소 정책에 반영 되고 전문가들이 그 이야기 듣고 일하는 방식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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