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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중동] 전쟁 임박한 듯 민간인 철수… 미국-이란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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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중동] 전쟁 임박한 듯 민간인 철수… 미국-이란 ‘초긴장’

입력
2019.05.20 04:40
수정
2019.05.20 07: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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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항모전단 등 집결해 공습 위협, 주변 운항 민항기엔 안전주의보 

 이란도 이라크ㆍ예멘서 시아파 연대… “소규모 교전에도 전선 확대” 우려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 9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지나고 있다. 카이로=AP 연합뉴스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 9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수에즈운하를 지나고 있다. 카이로=AP 연합뉴스

중동 페르시아만 주변에 일촉즉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민간인 철수ㆍ타격무기 전진 배치 등 내부적으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전역에 친미ㆍ친이란 성향 무장단체가 난마처럼 얽혀, 이들 세력 간의 소규모 군사 충돌이 순식간에 미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의 연합군과 시아파인 이란이 충돌하는 국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상공 일대에 미국이 안전 주의보를 발령하고, 미국과 중동지역 주요 국가가 이란ㆍ이라크에서의 자국민 철수를 권고하는 등 대치 상황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바레인 외교부는 전날 “불안정한 정세, 안보와 안정을 해하는 중대한 위협“을 이유로 이란ㆍ이라크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즉시 철수를 권고했다. 미ㆍ이란 대치 국면에서 특정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철수 권고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국무부도 앞서 이라크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 인력을 철수시켰으며, 미 연방항공국(FAA)은 16일 페르시아만 상공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기에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 석유메이저 엑손모빌도 1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지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이라크는 미군 5,000여명과 친이란 민병대가 동시에 주둔하고 있어, 미ㆍ이란 전쟁이 터질 경우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곳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대비한 듯 자기세력 모으기도 시작했다. 아랍어권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사우디를 포함해 여러 걸프국가(아라비아 반도 주변국)에 미군 배치 허용을 요청했고, 해당 국가는 이를 승인했다. 사우디도 이날 아랍 형제국에 긴급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9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란이 전쟁과 적대를 선택한다면 사우디는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란 역시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종국에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지만, 종교ㆍ종파ㆍ인종 갈등이 얽힌 중동지역 특성 때문에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최근 10여년간 이란이 중동 곳곳에 추종ㆍ우호 세력을 키워놨기 때문에 이란ㆍ이라크가 아닌 중동 어느 곳의 소규모 충돌이 순식간에 국제전으로 옮겨 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동 내 미군 주요 기지 및 친이란 무장단체.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동 내 미군 주요 기지 및 친이란 무장단체. 그래픽=강준구 기자

 총성 한방 만으로 미ㆍ사우디 연합군과 이란 세력 충돌 가능 

실제로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온 시아파 무장 단체는 이미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와 전쟁 중이다. 그러나 후원세력인 미국과 이란이 직접 군사적 대치 상황에 접어든 만큼 작은 물리적 충돌만으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영국의 중동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은 피하려 하겠지만, 시아파 단체와 미군 간 작은 교전만 발생해도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순식간에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중동 곳곳에서 확인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카셈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지난달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병대원들을 만나 전쟁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우디도 지난 16일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사우디 정부는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시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미래연구소장은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란 동맹세력의 미군에 대한 공격이 발단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시작되면, 중동 전체가 전쟁터가 되는 일은 결코 상상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항모전단 vs. 이란의 벌떼전략 

미ㆍ이란 전쟁은 첨단 항공모함 전력(미국)과 중저가 싸구려 무기를 대거 투입하는 ‘벌떼전략(Swarm)’의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수일간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 전단과 B-52폭격기 편대는 물론,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포대까지 걸프만 지역에 배치했다. 대(對)이란 공습에 필요한 전략자산이 이미 집결해 있는 셈이다. 공습이 이뤄진다면 항모 전단의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에 실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이란의 주요 대공 기지를 정밀 타격할 공산이 크다. 이어 F/A-18 슈퍼호넷 전투기와 B-52 폭격기를 이란 영공에 투입해 지상군을 공격할 것이란 게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에 맞서 이란은 싼 무기로 미국의 비싼 무기를 소모시키는 ‘벌떼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스위크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전을 벌여 미 군함과 민간 상선을 공격하거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 전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값싼 군사용 드론이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모양새를 만든 뒤 미국이 비싼 미사일로 격추토록 하는 소모전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3월 걸프 해역에서 드론 부대 훈련을 실시한 뒤 지난달 항공모함인 아이젠하워를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걸프 해역에 이미 실전 배치됐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내셔널뉴스는 “전자 기기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는 EMP(전자기파)탄을 발사할 수 있다”며 “성공할 경우 미국 항모전단의 눈을 멀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낮아 

테헤란 점령을 목표로 한 지상군 투입 여지도 없진 않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외교ㆍ군사 분야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 설립자인 조지 프리드먼은 “이란의 지형과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면 미 지상군 투입은 애당초 선택지에 없을 것”이라며 “해ㆍ공군 전력에 국한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으로서도 국토 절반이 산악 지형인 이란에서 세계적으로도 정예군으로 평가되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맞설 경우 승산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미국이 12만명의 병력을 중동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하며, “보내야 한다면 그보다 많은 병력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략에 깊은 식견을 바탕으로 한 발언이 아니더라도 지상군 파병이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이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확인된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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