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밝힌 후 직접적인 영향권이 있는 고양시 일산, 파주, 인천 서구 등은 매수세가 끊기며 시장이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아파트단지 일대. 뉴스1

지난 7일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추가 발표한 이후, 경기 고양시 일산, 인천 서구 등 기존 신도시 인근 지역 아파트값에 심상찮은 후폭풍이 불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신도시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거센 반발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빨라지는 집값 하락세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고양 창릉ㆍ부천 대장) 추가 발표 이후 일산과 인천 등 신도시 예정지 인근 지역의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인근에 3만8,000가구 규모 창릉지구가 들어서는 일산신도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감정원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통해 일산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값이 13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0.19%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이 지역에서 나타난 가장 큰 낙폭이다. 전주 낙폭(-0.08%)에 비교하면 2배로 커졌다. 장항ㆍ마두ㆍ백석을 아우르는 일산동구 아파트값 역시 0.10% 하락했는데, 전주(-0.02%)보다 낙폭이 5배나 커졌다.

인천 서구 역시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에 새 아파트 분양이 본격화된 데 이어, 최근엔 인근 부천 대장지구(2만 가구)가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하락폭이 지난주 0.03%에서 0.08%로 3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가좌동, 마전동 등지의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는 같은 시점에 서울 아파트 값이 27주 연속 하락하긴 했지만 낙폭이 둔화(-0.05%→-0.04%)한 것과 대비된다. 감정원 관계자는 “두 지역 모두 장기 하락세를 보이던 곳이지만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이후 공급물량 부담으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민간 부동산 정보분석업체의 통계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5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보다 0.02% 경기지역은 0.01% 하락했는데,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평균 0.04% 내렸다. 2기 신도시 역시 0.02%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일산이 0.03% 하락했고,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평촌 역시 0.12% 떨어졌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운정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고양 일산신도시 연합회와 파주 운정신도시 연합회, 인천 검단 신도시 연합회 주민들이 집회를 열고 3기 신도시 계획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매수세 실종, 매물 호가도 하락 

집값 하락 못지 않게 우려되는 점은 이 지역의 매수세가 실종되고, 기존 매물도 호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일산의 중심지로 인식되던 일산서구 후곡마을에선 후곡7단지 동성아파트 전용면적 84㎡가 3억~3억6,000만원, 후곡 3단지 현대아파트 전용 101㎡가 4억3,000만원~4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안 되고 있다.

이 아파트들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3억8,000만원(동성), 4억8,000만원(현대)에 거래됐던 곳이다. 지난해보다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문의조차 없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일산서구 일산동의 K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지난 열흘간 (집을) 얼마나 싸게 내놔야 팔리는지를 묻는 사람은 있어도 사겠다는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며 “이젠 매매가격이 아니라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어서 깡통전세 우려 때문에 고민하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검단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안 그래도 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데 새 아파트 분양 마저 줄줄이 예고돼 있어 기존 아파트는 가격을 2,000만~3,000만원 낮춰도 팔릴 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과 파주 운정 신도시를 중심으로 거래 자체가 끊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지역 주민들 역시 집값 하락 우려에 온ㆍ오프라인상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산과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건설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일산신도시 연합회와 운정신도시 연합회는 12일 집회를 열고 “정부가 일산과 운정지구 주민들을 배제한 채 신도시 정책을 펴고 있다”며 “1ㆍ2기 신도시는 자족기능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3기 신도시 지정으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내용의 의견문을 발표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정부가 기존 신도시에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하던데, 사망선고가 아니라 직접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18일에도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기 신도시가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반등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일산은 30년 가까이 되는 등 노후화된 반면 3기 신도시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게 돼 경쟁하기 쉽지 않은 만큼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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