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철(오른쪽 두번째)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가 응웬 비엣 꽝(오른쪽 다섯번째) 빈그룹 부회장 겸 CEO와 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기존 사업 모델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 체인지’ 전략이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베트남에 1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하며 동남아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SK그룹은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최대 민영기업인 빈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 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1위 민영기업으로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린다. 부동산 개발과 유통, 호텔ㆍ리조트 사업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완성차 제조업까지 진출하면서 최근 10년간 총자산 규모를 14배 정도 키울 정도로 성장세가 빠른 기업이다. SK는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와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양사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베트남은 과거 SK의 쓰라린 실패 경험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2017년 11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첫 만남을 가진 후 이듬해인 2018년에도 총리를 찾는 등 베트남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 회장을 만났을 당시 응우옌 총리는 “매년 만나는 해외 기업 총수는 최태원 회장일 뿐”이라며 “반도체,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갖고 있는 SK와 민관 협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 회장은 응우옌 총리를 만난 뒤 응웬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을 따로 만나 공기업 민영화 관련 투자 등에 SK가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베트남은 SK에게 ‘아픈 곳’이었다. SK텔레콤이 ‘S폰’ 브랜드로 현지 사업을 벌였다가 2009년 빈손으로 철수해야 했다. SK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 현지 기업의 경영권 확보 등 과거 방식에서 변화를 주는 ‘딥 체인지’를 시도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시너지를 강화하며,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SK는 이번 투자에 앞서 지난해 8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10억 달러 규모 자본금으로 투자 전문회사인 SK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베트남 최대 식음료 기업인 마산(Masan)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약 5,300억원에 매입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을 시도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빈그룹과의 계약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최고 역량의 파트너와 함께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투자를 기반으로 SK 계열사들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는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석유나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 국가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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