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책위 심의 등 절차 건너뛰고 인상 폭까지 결정
공청회 한다지만 형식적일 듯
“긴박한 상황에서 결단” 반론도
14일 경기 용인시 경남여객 차고지에서 기사들이 버스 앞에서 파업관련 대화를 나루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버스 요금 기습 인상 결정을 놓고 시민의 권익 침해 논란이 제기된다. 주민 의견을 묻는 공청회 절차를 건너뛴 채 서둘러 요금 인상 폭까지 결정해 버려 숙의 민주주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반면 버스가 멈춰 서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던 만큼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재명 지사의 요금 인상 발표에 따라 9, 10월쯤부터 시내버스 중 일반형 버스는 200원, 직행좌석형 버스(광역버스)는 400원 각각 요금을 인상키로 했다. 요금 인상이 시행되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이 지사는 버스 파업 사태를 하루 앞둔 14일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회의를 한 뒤 “경기 버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경기 시내버스 요금을 200~400원가량 인상키로 합의했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접어들자 해결책으로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버스 요금 인상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만큼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도에 따르면 버스 요금 인상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전문기관의 검증 용역과 버스정책위원회의 심의 의결, 도의회 의견 청취, 주민 공청회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시행하도록 돼 있다.

현재까지 지난달 검증 용역(회계 분석 및 경기 요금 조정 타당성 용역)만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절차는 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 인상부터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김환철 경민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이지사의 의견 표명은 암묵적으로 구속력이 생기게 된다”며 “이미 인상 방향을 정해 놓은 상태라, 향후 주민 공청회는 형식적 절차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상황에 몰리더라도 먼저 시민 의견을 묻는 원칙은 지켰어야 한다”며 “단순 의견 표명이 아닌 요금 인상폭까지 결정한 것이어서 시민 권익이 침해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론도 있다. 장인봉 경인행정학회장은 “버스 요금 인상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문제지만, 당시 버스 파업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비 부담을 떠안게 된 주민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권순용 양주옥정신도시 발전연대 전 집행위원장은 “요금 인상 규모가 과도하다”며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도는 버스 요금 인상 시행까지 4~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이 기간에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향후 도의회 의견 청취나 주민 공청회를 거친 뒤에 요금 인상액이 최종 결정되는 것이어서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버스 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시민들을 설득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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