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광역단체의원 조례 발의 준비… “반시장주의”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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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공기관장 임금을 최저임금의 7배로 정하자는 부산시의 ‘최고임금법’(일명 살찐 고양이법)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위법성 논란의 불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상위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고, 9개 광역 단체에서 소속 의원들이 관련 조례를 발의할 뜻을 밝혔다. 다만 최고임금법의 민간부문 확산과 관련해서는 임금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반(反)시장주의’라는 반론도 거세다.

15일 정의당에 따르면 서울ㆍ인천ㆍ광주ㆍ경기ㆍ충남ㆍ경남ㆍ전남ㆍ전북ㆍ제주 등 9개 광역자치단체의 당 소속 광역의원들이 ‘최고임금법’ 조례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현재 각 광역단체에 공사ㆍ공단과 출자ㆍ출연 기관의 임원 보수, 소속 직원의 최저임금과 최고임금 차이 등의 자료를 요청했고, 자료가 오면 다음주부터 조례의 초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최고임금법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부대표는 “개별 기관의 상황이나 지역별 생활물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서 최고임금을 규제한 부산시의 상황과 비교 분석해 조례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고임금법은 기업 경영진의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 퇴직금 등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이다.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를 비꼬는 ‘살찐 고양이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부산시 의회가 지난 8일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이사ㆍ감사 같은 임원의 급여(연봉) 상한선을 제한하기 위한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시행하게 됐다.

현행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임원은 자치단체장이 임명하고, 보수 수준에 관한 별다른 제재 사항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부산시는 소속 기관장은 최저임금의 7배(올해 기준 1억4,659만원), 임원은 6배(1억2,565만원)로 임금 상한선을 권고하고 이행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벡스코 대표이사는 1억7,579만원에서 연봉이 2,920만원(16.6%) 깎일 여지가 있다.

최고임금법은 불평등 해소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인위적으로라도 임금의 상한선을 두자는 시도지만, 시장주의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부산시의회도 조례 제정 협의에 난항을 겪었고, 조례가 상위법(지방공기업법)을 위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이날 부산시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자체 여론을 감안, 관련 상위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지자체 차원의 조례 도입 위법성 논란은 해소된 상황이다.

다만 임금의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하는 게 근본적으로 옳으냐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모든 임직원이 최대한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혜택도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임금 상한을 두는 것은 자유경제시장 이념에 위배되고 구성원의 도전정신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공공기관장은 임금도 민간 기업에 비해 높지 않고, 조례도 강제력이 없어 효과가 의문”이라며 “오히려 국회에 계류된 최고임금법(민간기업 경영진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 30배로 제한) 등을 논의해 민간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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