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데이빗 비즐리(David Beasley)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반도 주변에 집결하고 있는 미군의 동향이 심상찮다. 2017년 가을 ‘코피 작전’으로 통칭되던 미군의 대북한 군사작전 가능성 때는 일시적으로 3개 항모전단과 2개의 강습상륙전단이 집결했다. 괌에는 본토에서 증강 배치된 B-1, B-2, B-52 등 전략폭격기가 우글거렸다. 당시 미국의 군사력이 필요했던 것은 이슬람 무장단체인 IS 토벌 작전이 전부일 정도로 미국의 군사력은 여유로웠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군사력이 투사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란 문제는 심각하다. 12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기도 하다. 또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턱밑에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국가다. 지난 4월 30일 미국의 지지를 받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무장봉기를 시도했으나, 독재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에게 진압당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으로 미국의 전쟁물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 미군은 사전배치 전단이라는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태평양의 괌과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서 운용 중인 이 부대들은 각각 3개의 기갑여단을 완전 무장시켜 약 한 달간의 작전을 치를 수 있는 탱크ᆞ장갑차ᆞ자주포ᆞ트럭 등의 각종 장비는 물론 탄약과 유류 등 보급물자들을 싣고 괌에서 오키나와 사이의 해역을 365일 항해하다가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해당 지역으로 집결하고, 전쟁이 임박하면 그 물자를 부두에 하역한 후 항공기나 고속수송선 등으로 신속하게 달려온 병력들이 해당 물자를 보급받아 전쟁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 주변에 괌 배치 사전배치전단 규모보다 훨씬 많은 사전배치선들이 집결 중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탱크 등 차량과 장비를 적재한 선박 6척, 육군ㆍ공군ㆍ해병대 탄약선 각 1척씩을 포함해 탄약선 총 3척, 병력수송선 2척, 함대보급선 1척 등 12척의 수송선이 한반도로 몰려오는 중이다. 장비를 탑재한 선박을 부대 규모로 따지면 육군 1개 기갑사단과 1개 기갑여단, 해병대 기갑여단 3개를 완전무장시킬 수 있는 규모다. 주한미군 2사단과 합하면 이라크전 때 바그다드를 점령했던 그 정도 규모가 되는 것이다. 또 요코스카에 대기 중이던 로널드레이건 항모전단이 5월 12일 완전 편제를 갖추고 지역안보 임무에 2개월 일정으로 출항했다. 남중국해에서 각종 훈련을 소화했던 와스프강습상륙전단도 북상 중이다. 와스프에는 스텔스전투기인 F-35B가 탑재돼 있다. 이 정보는 공개된 정보이므로 비공개 정보에 더 많은 전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 5월 4일과 9일 북한이 요격 불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유에 대해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 즈음하여, 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에 즈음하여 이런 도발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모순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군 항모가 북한 근해에 왔을 때 공격할 수도 있고, 미군 수송선이 항구에 접안해서 물자를 내리면 그 지역에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는 무력시위였다면 의문의 실타래가 풀린다. 특히 방사포와 신형 자주포 사격까지 같이 공개했으니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역량을 모으는 모양새다. 지금은 식량지원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 판단을 제대로 하고, 우리나라의 방향성을 설정한 후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때다. 한미 공조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생각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정부 역량을 소진할 시기가 아니다. 정부는 냉철히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위기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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