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순시 중 쓰러진 지 한달만 ... 비교적 건강한 모습

한달 만에 복귀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 베트남뉴스 캡처

베트남 최고 권력자가 몸의 통제력을 잃었어도, 한 달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해 완벽한 권력 장악력을 과시했다. 공산당 일당독재인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을 그대로 과시한 것이다.

15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75)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전날 고위 지도부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달 14일 남부 끼엔장성 시찰 중 쓰러졌다는 소문이 난지 꼭 한 달 만이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쩐 꾸옥 브엉 공산당 중앙감찰위원회 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VN익스프레스가 공개한 6분 가량의 회의 주재 영상에는 여전히 강력한 권력에도 불구, 쫑 주석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오른손으로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며 반부패 척결 운동 등 국정 전반을 점검했지만, 왼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동영상에서 탁자 위로 올라온 왼손이 포착된 것은 짧게 두 번에 그쳤다. 모두 양 손을 맞잡는 식이었으며, 오른손처럼 단독으로 자유롭게 움직이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쫑 주석이 걷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을 통해 그동안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베트남에서는 권력 구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왼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간 쏟아졌던 다양한 우려들을 불식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쫑 서기장은 지난달 14일 남부 끼엔장성을 방문했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긴급 후송된 뒤 행방이 묘연했다. 특히 “곧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통일기념행사(4월 30일), 레 득 아인 전 국가주석 장례식(5월 3일) 등의 주요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권력투쟁설, 암살설 등이 돌았다

쫑 주석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도 권력을 틀어쥐고 측근들을 통해 ‘병상통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 매체 찐푸 등에 따르면 쫑 서기장은 지난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항공기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시했다.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4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이다.

지난 3월 26일 예방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기 위해 쫑 서기장이 공산당 중앙당사 환영 홀로 나서고 있다. 14일 공개된 쫑 서기장의 모습은 이 때와 비교해도 건강한 모습이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또 병석에서도 자신이 겸하고 있는 국가주석 명의의 축전도 때에 맞춰 꼬박꼬박 발신됐다. 지난달 30일 일본 새 국왕의 아버지인 아키히토 일왕에 편지를 보내 2017년 베트남 방문과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해 사의를 표시했고, 지난 5일에는 대관식을 치른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에게도 주석 명의로 축전을 보냈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두고 “쫑 서기장이 일상 업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건강문제로 느슨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공직사회의 부패 청산 드라이브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규정을 어겨 일을 진행하면서 국고 손실을 입힌 부총리, 차관 등 고위직들에 대한 수사도 그가 병석에 있는 동안 이뤄진 일들이다. 현지 언론들도 연일 관련 소식들을 지상으로 중계했다.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날에도 쫑 서기장은 부패와 부정 척결을 위한 각급 단위의 분발을 촉구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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