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관계자 만나 자문 구해… “북한 인도적 지원 솔직히 말해달라”
대형교회와 이르면 이번 주 면담 타진… 보수층 우호 여론 확보 위한 포석
김연철(왼쪽) 통일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대형교회와의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보수 성향 단체와의 만남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하고, 보수층에서의 우호적 여론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김 장관과 사랑의교회 등 국내 대형교회들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당초 16~17일 만나는 쪽으로 방침을 세웠으나, 시간이 빠듯한 관계로 다음주까지 시한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서 김 장관은 북한 식량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조속한 식량 지원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으로부터 청취한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해서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면담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나 인도주의적 조치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은 교회로부터 정부 방침에 대한 지지를 얻어, 보수층 여론을 움직여보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듯하다. 앞서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는 지난달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 4곳과 함께 모내기용 비닐박막 등 5억 7,000만원가량의 물품에 대한 대북 반출 신청을 통일부에 한 바 있다.

북한 춘궁기가 5월 시작되는 만큼 정부는 각계각층 의견 수렴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관련 민간단체 관계자 17명과 만나 “대북 인도지원 관련 정부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솔직히 말해달라”며 자문을 구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은 ‘민ㆍ관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김 장관은 통일부 인도협력ㆍ교류협력분과 자문위원, 종교ㆍ교육계와도 만날 예정이다.

통일부는 전날 “WFP가 요청한 영ㆍ유아,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한 영양지원사업에 대한 공여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놓고 있음을 알렸다. 청와대도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비즐리 총장과의 만남에서 “과거 우리가 어려웠을 때 WFP로부터 도움 받은 것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전하면서, 이번 방침이 ‘대북 특혜’가 아님을 부각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은 이날 김 장관과의 만남에 앞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ㆍ군사적 긴장 상태와는 별개로 동포들을 돕기 위한 식량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식량 마련을 위한 범국민 성금 모금 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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