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 160건] 
 서울대 교수가 47건으로 최다… 검증 어려워 대학서 12건만 걸러져 

포항공대 교수 A씨는 2012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면역’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당시 10대였던 자신의 자녀를 참여시켰다. 하지만 A씨 자녀가 논문에 기여한 일은 참고문헌으로 쓸 논문을 수집하고 요약 정리한 일과 영문 교정이 전부. 논문의 핵심인 실험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수는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도 아닌 해당 논문의 ‘주저자’로 둔갑시켜 논문을 출판했다. 교수 자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현재 해외 대학에 재학 중이다.

Figure 1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학에서 교수인 부모가 10대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최근 10년간 16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부정 검증의 특성상 상당한 전문성이 소요되는데다, 일차적 책임이 있는 대학들이 검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연구부정 여부를 최종 확정짓기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두 차례(2017년 12월~2018년 1월과 2018년 2월~2018년 3월) 국내 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200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교수 87명(50개 대학)이 논문 139건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에 관련법상 연구부정 검증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연구자 소속 대학에 자체 검증을 요청했고, 7명(5개 대학)의 교수가 12건의 논문에 자신의 자녀가 논문 작성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등재했다는 답을 받았다.

이에 따라 5개 대학 중 경일대, 포항공대, 청주대는 교수에 대한 징계와 국가연구개발 사업 참여 제한의 조치를 내렸다. 가톨릭대는 해당 교수의 이의신청에 따라 연구비 지원 부처인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직접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증 결과를 지난 10일 제출한 서울대는 해당 교수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후속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7월부터 ‘전체 미성년’으로 범위를 확대해 벌인 실태 조사 결과도 이날 발표했다. 이 조사는 2년제 대학 교수와 비전임 교원, 그리고 정식으로 출판된 논문이 아니라 학술대회에서 발표 목적으로 만든 연구논문까지 포함해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255명(56개 대학)의 교수들이 논문 410건에 10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범위를 넓혔더니, 미성년 교수 자녀가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 21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앞선 전수조사 결과와 합하면 미성년인 교수 자녀가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만 최근 10년간 총 160건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별로 보면, 미성년이 공저자인 논문은 서울대(47건)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경상대(36건), 성균관대(33건), 부경대(24건), 연세대(22건) 순이었다.

연구부정이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였지만, 연구부정으로 최종 판정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고 교육부 측은 설명했다. 대학이 학내 윤리위원회를 결성해 연구부정 여부를 가려야 하지만, 교수들이 피조사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꺼리다 보니 윤리위를 구성하는 일부터 난항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학내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당시 연구 참여자들을 일일이 찾아 조사해야 한다”며 “제보자가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론을 내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녀) 공저자 논문 수 상위 6개 대학.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번에도 교육부가 대학에 검증을 요청한 139건의 미성년 교수 자녀 공저자 논문의 경우, 이 중 12건만 대학 자체 검증에서 걸러졌다. 그러나 교육부가 연구윤리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자문단을 구성해 이를 재분석하자, 대학이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정한 127건 가운데 85건도 윤리위원회 구성 등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이 85건 중 국가 연구비가 지원된 51건에 대해서 해당 8개 정부 부처에 통보하고, 각 부처에서 부정행위를 재검증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어렵게 논문 작성 과정에서 연구부정이 있었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교수 자녀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해당 논문이 대학 입학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증명해야 하고, 확인이 되더라도 입학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부정 행위로 최종 판정된 교수 자녀는 총 8명으로, 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으로 진학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입학 전형 자료의 허위 기재 등 부정행위 시 입학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