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상대 7.1이닝 노히트 시즌 5승
LA 다저스 류현진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메이저리그의 내로라는 투수들을 발 아래 무릎 꿇리며 에이스 중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신의 경지에 오른 정교한 투구로 벌써 시즌 5승(1패)째를 수확했다.

승리의 제물이 된 상대 투수 면면이 화려하다. 잭 그레인키(애리조나)를 시작으로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크리스 아처(피츠버그),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에서 패전을 떠안았다. 내셔널리그 최고 몸값을 받는 워싱턴의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833만달러ㆍ약 454억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노히트노런 대기록에 도전하는 류현진의 강력한 존재감에 스트라스버그의 6이닝 2실점 투구는 패전과 함께 완전히 묻혔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팀의 6-0 영봉승을 이끌며 5승을 챙겼다. 8회 1사 헤라르도 파라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단 한 명에게도 안타를 내주지 않는 노히트 행진을 펼쳤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116개의 공을 뿌리며 실점 없이 8이닝을 책임졌다.

최근 24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03에서 1.72로 떨어졌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통틀어 전체 3위에 해당하는 평균자책점이며, 5승은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1위다. 이날 브라이언 도저에게 볼넷을 허용해 삼진/볼넷 비율은 22.50에서 18.00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문 2위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ㆍ8.00)과 큰 격차를 보이며 전체 1위 자리를 지켰다. 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0.73로 1위에 자리했다.

특히 내전근 부상 후유증을 털어낸 이달 성적은 ‘특급’ 수준이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 8이닝 1실점, 어버이날인 8일 애틀랜타전 9이닝 완봉승에 이어 또 한번 8이닝(무실점)을 던졌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의 앤드류 시몬에 따르면 빅리그에서 3경기 연속 8이닝 이상을 던지고 1실점 이하, 4피출루 이하로 막은 투수는 류현진이 사상 5번째다. 앞서 1963년 샌디 쿠팩스(LA 다저스), 2008년 클리프 리(클리블랜드), 2015년과 2016년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가 이 기록을 달성했다.

다저스의 에이스를 넘어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류현진을 향해 현지 언론도 일제히 찬사를 보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류현진의 눈부신 성적을 언급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나섰다”고 전했다. ESPN은 이날 경기에 앞서 “건강한 류현진은 그레그 매덕스에 거의 근접한다”며 ‘컨트롤의 제왕’으로 꼽힌 매덕스와 비교하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동료들도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는 명인 같았다”며 “상대에 매우 어려운 투수 스트라스버그가 버티고 있었지만 류현진이 경기를 지휘하고 통제했다”고 칭찬했다. 만루 홈런으로 류현진의 승리 도우미가 된 코리 시거는 “뛰어난 제구와 구속 조절, 공의 움직임을 앞세워 상대 타자의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했고, 최고참 투수 리치 힐은 “100% 저평가된 투수가 류현진”이라고 말했다. 다저스 구단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한글로 ‘한국 괴물’이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8일 어버이날 완봉승에 이어 미국 현지시간으로 어머니의 날인 12일 다시 한번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류현진은 “노히트노런을 놓쳐 아쉽지만 실망은 안 한다”며 “요즘 몇 경기는 처음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제구도, 컨디션도, 몸도 너무 좋은 상태로 계속 진행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지 언론의 찬사와 매덕스에게 비교되는 것에 대해선 “칭찬은 들으면 좋은 일”이라며 “대선수와 비교 대상은 과하다. 그냥 따라간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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