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호사 10명 중 8명은 ‘직업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비해 낮은 임금, 이른바 태움으로 알려진 직장 내 괴롭힘 문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규 간호사의 이직율은 42%에 달했다.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의료노조)은 제48회 국제 간호사의 날(5월 12일)을 기념해 국회도서관에서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형면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올해 간호사 2만2,8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해당 조사에서 간호사의 이직 의향은 79.5%로 높았다. 이직을 고려한 이유로는 80.2%가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꼽았다. 다음으로 임금수준(51.6%),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25.9%) 순서였다. 특히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업무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간호사의 업무 불만족도는 1년 차(26.8%)보다 3년 차(44.9%에서 높았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장기근속에 대하여 회의적 입장인 셈이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다는 답변은 절반 이상인 56.8%에 달했다. 지나친 업무량으로 인해 주 3회 이상 식사를 거르고 일한다는 답변도 31.3%나 됐다.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부서 내 인력 부족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간호사는 70%였다. 이렇게 건강을 해쳐가며 일하는데도 일한 시간에 대한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간호사의 시간 외 근무는 30분∼60분이 40.4%이며, 2시간∼3시간이 6.1%로 연장근무가 잦은 편이지만, 56.7%가 연장근무를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장근무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는 비율도 43.7%였다.
한국 병원의 열악한 근무여건은 이미 수치로도 입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8 보건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이다. OECD 평균(6.5명)의 53.8% 수준이다. 전국의료노조는 “2018년 신규 간호사의 이직율이 42%라는 충격적인 통계에도 드러나듯 부족한 인력은 현장 노동강도를 높이고, 열악해지는 노동강도와 근무조건으로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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