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탄도미사일’ 적시해 유엔 결의안 위반 공식화 불구 
 트럼프 “북한과의 관계는 계속,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석탄 불법운송 北화물선 첫 압류… 신중 속 비핵화 주도권 유지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일 추가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응은 ‘도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이 ‘소형ㆍ단거리용’임을 부각시켜 강대강 대치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북한 선박 압류 사실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제재ㆍ압박을 통한 비핵화 ‘빅딜’ 기조를 거듭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미국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자극할 만한 언사는 피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다 작은 미사일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면서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과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그들(북한)이 협상하길 원하는 걸 알지만 나는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문은 열어놓으면서도 빅딜을 위한 여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선 제재ㆍ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고위 관료들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좋은 오후 되시라”며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피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 ‘미사일’이란 표현 없이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있음을 강조했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대행도 이날 “우리는 외교를 고수하려고 한다”면서 “우리의 작전이나 태세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독재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일대일 회담을 가진 지 1년도 안 돼 양쪽에서 위협적 신호가 나왔다”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대응보다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눈여겨볼 건 미 국방부의 성명이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며 300㎞ 이상 비행했다”고 적시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정작 국방부는 북한이 일체의 탄도미사일 관련 행위를 금지한 2017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선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정치ㆍ외교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모라토리엄(미사일 발사 동결)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의 ‘진짜 반격’은 다른 쪽에서 나왔다. 미 법무부는 이날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고 이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공개했다. 법무부는 “북한의 최대 벌크선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어니스트는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북한에 중장비를 수송하는 데 사용됐으며 이 선박의 유지ㆍ장비 구입ㆍ개선 작업 등에 소요된 비용이 모두 미국 은행을 통해 달러로 지불됐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을 사유로 북한 선박을 압류한 건 처음이다.

AP통신은 미 법무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가 유엔 결의 위반을 이유로 북한 선박을 억류하고 있다는 발표가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면서 “(북미 간)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한참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됐고, 미국은 수개월간의 협의를 거쳐 이 선박을 넘겨받은 뒤 현재 미 영해로 이송하고 있다.

하지만 미 법무부의 이번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언제든 제재ㆍ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 미사일의 제원에 대한 미 국방부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사와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동시에 보낸 셈이다. 이는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되 주도권을 뺏기기는 않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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