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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파괴ㆍ범죄로 아마존의 눈물 멎지 않는다

입력
2019.05.10 17:00
수정
2019.05.10 18:5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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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페루 남동부 마드레드디오스 주에서 불법 금광 채굴로 파괴된 지역의 항공 사진 모습. 페루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금을 채굴하기 위해 수천수만 헥타르의 아마존 숲을 벌목해왔으며, 최근에는 마약 범죄조직들도 업종을 바꿔 금광 불법 개발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페루=AP 연합뉴스
올해 2월 페루 남동부 마드레드디오스 주에서 불법 금광 채굴로 파괴된 지역의 항공 사진 모습. 페루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금을 채굴하기 위해 수천수만 헥타르의 아마존 숲을 벌목해왔으며, 최근에는 마약 범죄조직들도 업종을 바꿔 금광 불법 개발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페루=AP 연합뉴스

2010년 한 방송사의 5부작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아마존의 눈물’은 우리 사회에 생태계의 위기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남미 8개국에 걸쳐 있고, 넓이는 750만㎢에 달한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최대 흡수원이자, 지구 생물종의 3분이 1이 살아가는-볼리비아 원주민들의 말을 빌리자면-‘파차마마(대지의 어머니)’이다.

아마존은 세계적인 식량 창고이자 경제발전에 필요한 수많은 자원 개발의 중심지기도 하다. 페루 안데스 지역에서 시작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을 가로질러 브라질 대서양 연안까지 이어지는 하천의 길이는 총 6,900㎞에 달한다. 남미의 젖줄인 아마존 강은 수력발전의 원천이기도 한데,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 전력 공급의 84%가 아마존 댐을 활용한 수력발전이다.

◇ 아마존, 지난해도 한국 수도권 면적↑ 파괴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문두루쿠족 원주민들이 지난 2013년 6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벨로 몬테 수력발전댐 건설 계획 공청회에서 대통령 실장으로부터 댐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계획대로 댐이 건설되면 많은 원주민들이 살 터전을 잃게 된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문두루쿠족 원주민들이 지난 2013년 6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벨로 몬테 수력발전댐 건설 계획 공청회에서 대통령 실장으로부터 댐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계획대로 댐이 건설되면 많은 원주민들이 살 터전을 잃게 된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아마존의 파괴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산림감시(GFW)에 따르면 지난 한 해만 아마존 열대우림의 60% 정도가 위치한 브라질에서 1만 3,471㎢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파괴됐다. 우리나라의 수도권보다 더 넓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농업 비즈니스 기업의 화전식 경작과 대규모로 운영되는 가축 목장 등도 파괴의 한 원인이다. 이에 더해 페루와 볼리비아가 위치한 안데스와 아마존 지역은 오늘날 세계 제1의 코카인 생산지이자 글로벌 차원의 마약의 생산과 운송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원주민 공동체들은 물론 대규모 농업비즈니스 기업들에 비해 열악한 영세농들은 이 지역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브라질 정부 산하 국립원주민재단(Funai)이 아마존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고속도로, 수력발전소 등의 건설 공사로 인해 27개 부족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두 생산, 광물자원 개발, 가축사육, 발전소 그리고 코카인 생산과 유통까지 21세기 아마존 열대우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골드러시’ 현상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마약범죄 소굴로 전락...숨지는 환경운동가들

지난 2월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파벨라(빈민촌)에서 경찰 작전사령부 요원들이 마약 밀매 범죄 조직에 대한 소탕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과 범죄 조직 간의 충돌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최소 13명이 숨졌다. 리우데자네이루=EPA 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파벨라(빈민촌)에서 경찰 작전사령부 요원들이 마약 밀매 범죄 조직에 대한 소탕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과 범죄 조직 간의 충돌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최소 13명이 숨졌다. 리우데자네이루=EPA 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골드러시’ 속에서 남미 정부들의 효율적인 관리는 부재했고, 개발 경쟁만이 있었다. 급속한 인구 유입과 경제 활동의 증가는 각종 환경 문제와 사회 갈등을 불렀다. 불법 산림 벌채, 토양ㆍ수질ㆍ대기 오염의 증가, 개발 경쟁으로 인한 폭력의 증가, 토지 갈등으로 인한 삶의 터전 상실, 강제 이주, 인권 침해와 사회 불평등 심화 등에 이어 수많은 사상자 발생과 인권침해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법 활동들이다. 남미 정부들의 통제가 잘 미치지 못하는 국경 지역이나 아마존 밀림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밀매, 조직범죄 그리고 인신매매 등 최악의 사회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안데스산맥을 넘어 대부분 아마존 밀림과 정글 지대를 경유해 브라질 국경 도시들로 유입된 마약은1인당 GDP의 증가로 인해 마약 소비 여력이 생긴 새로운 브라질 소비자들과 만나면서, 미국에 이어 브라질을 제2의 불법 마약 시장으로 만들 정도로 발전했다.

마약 관련 폭력의 경우 대부분 브라질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을 상징하는 ‘파벨라(빈민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안 그래도 열악한 도시 치안 문제와 시민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7년에는 브라질에서 양대 마약 범죄 조직인 PCC와 CV 간의 ‘공개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 해에만 6만 3,880명이 살해돼 30년 만에 가장 높은 살인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월 브라질 아마존주 빌라비텐코트에서 브라질 군인들이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도중,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순찰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빌라비텐코트=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7년 1월 브라질 아마존주 빌라비텐코트에서 브라질 군인들이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도중,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순찰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빌라비텐코트=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아마존을 위해 싸우는 환경운동가들도 목숨을 내놓고 활동하는 지경이다.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에서 200여 명의 환경운동가들이 목숨을 잃었다. 매주 4명꼴이다. 특히 여러 국가 중 브라질에서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4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은 주로 아마존 강 일대에서 활동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에도 20년 넘게 페루에 살면서 원주민들과 환경 보호 캠페인을 벌여온 영국 출신의 70대 환경운동가가 페루 아마존 지역에서 불에 타 숨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범죄와 폭력, 살인 등 각종 사회 문제들에 대한 브라질과 이웃 남미 정부들의 관리와 통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통제해야 하는 국경의 길이만 거의 1만1,000㎞로, 미국-멕시코 국경의 4배에 달한다. 국경 소외지역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및 통제 능력은 그 엄청난 통제 범위만큼이나 열악하며, 대부분 마약 카르텔, 범죄 조직, 테러리스트에 의해 통제력을 상실한지 오래인 탓이다.

◇ 자원개발-환경파괴-사회갈등의 연쇄적인 덫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법 위반 기업에 대한 벌금 감면과 원주민 보호구역 격리, 아마존 밀림 벌목 허용 등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환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법 위반 기업에 대한 벌금 감면과 원주민 보호구역 격리, 아마존 밀림 벌목 허용 등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환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안데스 및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벨트’에 합류한 다양한 층위의 이해당사자들 간 토지분쟁 역시 점입가경의 상황이다. 불법 토지 점유자, 새로운 정착민, 영세농민, 원주민 공동체, 다국적 기업 등이 모두 토지의 소유·분배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중심에 서있다. 말하자면 아마존의 브라질 및 안데스 정부들은 무분별한 ‘자원 개발’- 악화일로의 ‘환경 파괴’- 점증하는 ‘사회 갈등’이라는 쉽게 풀 수 없는 연쇄적 ‘덫’에 갇혀 있는 셈이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올해 1월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테메르 정부 당시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와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잠시 철회되었던 아마존 열대우림 광물개발 프로젝트들이 보우소나루 우파 신정부 등장과 함께 다시 허용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달 말에도 수천 명의 원주민들이 수도 브라질리아에 모여 정부의 개발 정책에 반대하며 “생존할 권리를 위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적극적 외국인 투자 유치, 지속적 고용 등 브라질 개별 국가 차원의 경제발전을 위해 대형 인프라 사업 및 자원 개발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었던 지난 4월 1일 예루살렘 구시가지 장벽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아마존 파괴를 멈추라'는 내용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었던 지난 4월 1일 예루살렘 구시가지 장벽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아마존 파괴를 멈추라'는 내용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세계인 모두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공유지 산림’(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으로 인식해 열대우림에 대한 남미 개별 국가들의 영토 주권을 강하게 제한해야 하며(프랑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상대적 주권론’), 심지어 적절한 국제기구에 아마존 열대우림의 관리를 위탁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인간-사회-자연 간 다양한 갈등들이 극에 달해 결국 인류 전체가 감당하지 못할 ‘공유지의 비극’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2019년 봄 현재, 아마존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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