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업무 시작… 안전망 확보, 과감한 재정 투자 ‘투 트랙’ 강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커피숍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고3 수험생이 된 기분입니다.”

박영선(59)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달 8일 취임한 박 장관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1층 커피숍에서 기자들과 티타임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박 장관은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예습, 복습도 하고 있다”며 장관으로서 업무 파악에 매진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 장관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정치인 시절부터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들였는데 타고난 강골에 체력도 강해 활력 넘치게 일하고 있다는 게 중기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 소신과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정책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모두 발언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여러 개 쏟아지며 원래 20분 정도로 예정됐던 티타임은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박 장관은 먼저 “중기부 1기(홍종학 전 장관)는 언 땅에 씨를 뿌린 시기였다면 2기를 맞아 이제 언 땅에 싹을 틔워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아침 통계자료 업데이트 상황을 보며 적재적소에 투자하면 반드시 그 열매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제2의 벤처붐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설 법인 수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억원 이상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어제도 스타트업 엑스포 조직위를 구성한 뒤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제2의 벤처붐 조짐이 확실히 있다고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는 10일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문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와 공과를 묻자 박 장관은 “국회에 있었다면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으로 점수를 주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문 정부가 잘한 건 방향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는 속도의 조절 문제, 초기에 국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간담회에 앞서 취임 한 달 소회를 밝히고 있는 박영선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박 장관은 사회 안정망 확보와 동시에 과감한 재정 정책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힘줘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0년 전 정부는 마차를 타려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동차 타려는 사람들에게 장려책을 제공했어야 했다”며 “1,2차 산업혁명이 삶을 편안하게 해주고 사회변혁이 일어나 민주화도 가까워졌지만 양극화 문제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재에도 변화의 속도에 적응이 더딘 이들을 위해 정부가 안전망 대책을 강하게 가져가면서 미래 수소차를 개발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장려책을 내놓는 등 과감한 재정 투자를 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블룸버그 등 세계 경제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권고 사항이 그렇다”고 설득했다.

‘투 트랙 전략’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균형점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균형점을 찾아내는 게 유능한 정부”라며 “균형점을 잘못 잡으면 영국의 붉은깃발법과 같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붉은깃발법은 1996년 제정돼 30년간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으로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 장관은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저임금 등의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달 말 중소기업계 간담회에서 박 장관은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규모별로 차등화 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솔직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도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는 6월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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