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족’과 ‘홈술족’을 겨냥한 미니 주류가 요즘 인기다. 사진은 이마트 성수점 미니 주류 판매대의 모습. 이마트 제공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조경환(34)씨는 늦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혼자 맥주나 와인 한 잔 마시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삼는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어서 맥주나 와인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용량이 작은 미니 맥주와 와인이 등장하면서 남은 술을 버려야 하는 일은 사라졌다.

이처럼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홈술족’을 겨냥한 작은 용량의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 1병의 용량은 750㎖, 맥주 캔은 355㎖나 500㎖라는 고정관념을 깬 미니 와인(375㎖나 187㎖)과 미니 맥주(250㎖나 135㎖)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9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4월 미니 주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배 증가했다. 이에 이마트는 미니 주류 품목을 맥주와 양주 뿐 아니라 민속주 등으로 넓혀 지난해 10여종에서 올해 80여종까지 확대했다. 편의점 CU에서도 1~4월 미니 와인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미니 주류 판매 증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소한 일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트렌드도 한 몫 했다. 만물 잡화점의 성격을 띤 삐에로쑈핑의 전체 주류 매출 중 미니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6월 10%에서 현재 25%까지 증가했는데, 미니 주류 구매 고객의 80% 가량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삐에로쇼핑 관계자는 “미니 주류를 기존 큰 사이즈의 양주, 맥주와 함께 진열해 귀여움을 돋보이게 하거나 SNS에 업로드 하는 등 술을 ‘입’이 아닌 ‘눈’으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트렌드도 미니 주류 매출 증가에 한 몫 했다. 롯데주류가 지난 달 한정판으로 출시한 처음처럼 미니어처는 약 2주 만에 완판됐다. 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는 소주 ‘처음처럼’의 3분의 1 용량인 ‘처음처럼 미니어처(120㎖)’ 12병이 담긴 한정판 2만5,000박스를 지난달 말 출시했는데 약 2주 만에 완판됐다. 지금도 SNS에는 ‘처음처럼 미니어처’ 인증샷과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제과 업계에서도 크기가 작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제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해태제과가 지난 3월 출시한 ‘오예스 미니’는 두 달 만에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 1월 출시한 롯데제과 몽쉘의 미니 버전 ‘쁘띠 몽쉘’도 월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오리온 ‘닥터유 다이제’보다 사이즈가 작은 ‘다이제 미니’는 2017년 출시 이후 다이제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한다.

해태제과 오예스 미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오리온 닥터유 다이제 미니, 롯데제과 쁘띠 몽쉘. 각 사 제공

물론 미니 상품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용량을 줄이면서 제품 단가를 높이는 교묘한 눈속임 상술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국산 A맥주 250㎖는 6캔에 6,580원, 355㎖는 6캔에 7,670원, 500㎖는 1캔이 1,880원에 팔리고 있다. 100㎖당 단가는 미니 제품이 439원으로, 355㎖(360원), 500㎖(376원)보다 비싸다. 수입 B맥주 역시 135㎖ 제품의 100㎖당 단가가 926원으로 355㎖(386원), 500㎖(500원)보다 비싸다. 몽쉘과 오예스도 미니 제품의 g당 단가는 일반 제품보다 12~19% 가량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제과 업체 관계자는 “작게 만들면 원재료, 포장재가 늘고 다른 공정을 거쳐야 해 어느 정도의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사이즈를 줄인 대신 품질을 높인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류 업체 관계자는 “단가가 조금 높아도 기꺼이 소비하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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