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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반려견 복제

입력
2019.05.0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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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함께했던 사랑하는 서맨사를 잃고 너무 슬펐습니다.(…) 서맨사의 DNA 일부가 있으면 그의 분신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미국의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지난해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해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몰티즈를 닮았지만 체구가 조금 더 큰 ‘코통 뒤 튈레아르’종의 서맨사는 미국의 반려동물 클론회사 비아젠페츠(ViaGen Pets)의 도움으로 ‘스칼렛’과 ‘바이올렛’으로 복제됐다. 5만달러(5,800만원)가 들었다.

□ 스트라이샌드에게 스칼렛과 바이올렛은 죽은 가족의 환생 같은 기쁨을 주었을지 모른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는 회사들이 각국에서 생겨나는 이유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비아젠과 유사한 시노진(Sinogene)이라는 회사가 등장해 개, 고양이 복제 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와 협업으로 경찰견 등 공용견 복제에도 성공했다.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줄기세포 복제 논란 이후 수암생명공학원에 자리 잡은 황우석 박사와 함께 사건에 휘말렸던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주도한다.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한 주인공들이다.

□ 수암생명공학원에서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복제견 1,000마리 이상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만달러를 내고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내오면 5개월 뒤 복제견을 받아볼 수 있다. 미국 등 해외 의뢰가 대부분이다. 이 교수의 경우 정부 주도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2011년 농림부 검역견 복제, 2012년 특수목적견 복제 생산ㆍ보급에 관여했고, 올 초 농촌진흥청 반려동물산업 활성화 핵심기반 기술개발사업단장을 맡았다. ‘반려견 복제 생산기술 효율화 및 플랫폼 구축’을 연구 내용으로 포함한 사업이다.

□ 이 교수 연구실에서 농축산물 검역견으로 2012년 태어난 메이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져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연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동물 복제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기술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한 마리 복제견 생산에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난자와 대리모가 필요하다. 한국의 기술 선도도 식용견 사육 농장이 이유로 거론된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도 정부 정책으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물 복제에 대한 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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