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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평화국가를 생각한다

입력
2019.05.0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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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행사가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광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3차정상회담 영상을 보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행사가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광장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3차정상회담 영상을 보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발사체라는 애매한 단어, 또는 그것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한다. 2019년 5월 4일 북한이 실험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 부르는 물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이다. 만약 북한의 그 무엇이 미사일이라면 한반도 평화 과정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최소공약수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교환이라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조차 이 두 중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북한의 그 무엇에 대한 이름 붙이기는 각 행위자들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고 있다.

이 사건은 ‘시점’에 주목하여 해석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 과정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비슷한 사건을 경험했다. 2018년 5월 맥스 선더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진행되었을 때,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의 중지를 통보하고,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참여하는 이 훈련을 판문점선언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6월 12일로 확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한 “심사숙고”까지 덧붙였다. 한국 내부에서는 B-52 전략폭격기가 맥스 선더 훈련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는지, 아니면 한국 정부가 불참을 요청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정도였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ㆍ동보적 조처”를 논의하고 나서 1주일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비핵화 과정에서 정권이 붕괴된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외무성 관료들이 개인 담화를 내는 방식으로 미국과 격한 말의 공방을 했다. 결국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 과정 속에서의 남ㆍ북ㆍ미 갈등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오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 2017년 5월 26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으로 봉합되었다.

2019년 4월 22일부터 한미는 연합공중훈련을 했다. 대규모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를 대체하는 소규모였다. 25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축소된 훈련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도전”이며,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남북관계를 “돌이킬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그 어떤 대응조치”도 언급했다.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같은 날 북한은 러시아와 동북아다자안보협력을 논의하는 정상회담을 했다. 2018년 5월처럼 북한의 관료들이 협상의 상대방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교체를 요구하고, 2018년 5월과 달리 지대지미사일로 예측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했다. 결국 북한은 보여 주는 선택을 했다.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반복되는 난국을 보며 다시금 평화 국가 만들기를 생각한다. 우리는 2006년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 본성에 반하는 평화 국가를 상상했다. 군사적 방법을 통해서는 평화는 물론 안보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의 소산이었다. 평화 국가 만들기의 첫 걸음으로 선(先) 군축을 제안했을 때, 진보 진영의 일각에서조차 순진한 발상이란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판문점선언에도 불구하고 2019년 국방 예산은 전임 보수 정부 때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직관적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평화 과정은 국가 본성을 제어하는 이성적 행위다. 평화 과정은 배반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반도 평화 과정이란 기회의 창이 관성적으로 나타나는 국가 본성에 순응하는 행위로 닫힐 수도 있다. 없는 장소이자 오지 않을 미래일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수조건인 한국 정부의 평화 국가 지향을 생각해 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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