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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다져야 할 에너지전환정책

입력
2019.05.0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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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현장 설비 점검. 한수원 제공
원전 현장 설비 점검. 한수원 제공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되었다. 지난 2년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정책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만 아마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책들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정책이 아닐까 한다. 한 쪽에서는 사사건건 탈원전 정책을 문제 삼고 다른 쪽에서는 에너지전환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한다.

에너지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둘러싸고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이 개입해 있고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물리적 구조물이 존재하며 법과 제도, 정책이 관여되어 있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기술체계의 전환이기에 결코 단순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씨실과 날실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는 기술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변화시키는 상당히 지난한 작업이다. 에너지를 보는 관점과 가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생활양식과 문화의 문제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기존 에너지체계에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와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집단이 있다면 문제는 한층 어려워진다.

일부 언론을 보면 에너지전환을 비난하는 논조의 사설과 기사, 칼럼이 넘쳐난다. 안전 점검을 위한 원전가동률 감소에 따른 한전 수익 감소도, 미세먼지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돌린다. 그러면서 한결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원전이 가장 싸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해서 기후변화시대 안성맞춤 에너지원이란다. 게다가 원전기술 수출로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탈원전으로 수출길이 막혔다고 아우성이다.

저들은 말한다, 탈원전 움직임은 원전사고에 대한 비이성적인 두려움 탓이라고. 그렇지 않다. 우리 생애 목격한 원전사고만 해도 여럿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현재진행형이자 당분간은 미래진행형이다. 지금도 체르노빌 사고지 반경 30㎞이내는 거주가 금지되고 후쿠시마 원전지역도 여전히 위험하다. 그러기에 세계무역기구(WTO)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 8개현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 금지란 우리 정부 입장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세계에너지시장 동향을 보면 재생에너지는 확대일로인 데 비해 원전은 축소일로인데 그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원전을 어디로 얼마나 수출할 수 있는지, 우리 기술이 정말 세계 최고인지, 그렇다면 왜 지난 10년 동안 어느 한 곳에도 원전을 수출하지 못했는지. 우리 원전의 원천 기술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 ‘APR 1400’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서 취득은 그리 놀랍지 않다.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라거나 가장 안전하다는 걸 입증하지도, 미국 수출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서머 원전 2기 건설은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고 보글 원전 2기는 주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건설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 히타치 사는 영국 원전 수출사업을 3,000억 엔의 손실에도 접기로 했고 미쯔비시 사는 터키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제 원전 수출은 각국의 안전규제 강화로 건설비가 높아져 채산성이 없다. 더군다나 원전을 수입하겠다는 곳이 많지 않으니 어디에 수출할 건가?

문재인 정부 2년, 이제 에너지전환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그 길로 들어섰다. 탈원전은 원전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으로 지금 당장 가동을 멈추는 게 아니다. 우리에겐 연착륙할 시간이 있다. 현재의 원전시설용량은 역사상 최고로 큰 데다 앞으로 1,400MW 규모의 원전 5기가 꾸준히 진입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포화가 눈 앞인데 처분방안을 마련하지도 못하면서 원전을 더 짓기만 하자는 건 무책임하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그간의 여러 조사들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3년, 에너지전환계획을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꾸준하게 실행해서 에너지전환 정책의 기틀을 다져가기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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