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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달았어도… 어린이집 학대 매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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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달았어도… 어린이집 학대 매년 늘었다

입력
2019.05.0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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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처우 개선하고 자격요건 강화가 더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만 세 살 아이 엄마인 김모(34)씨는 최근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 교실 폐쇄회로(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는 문제 없이 잘 다니던 아이가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옮긴 뒤 1주일만에 ‘선생님이 때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자다 깨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는 일까지 있었다. 열람 요청을 한 지 보름이 지난 뒤 편집된 영상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김씨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전체 화면이 아니라 아이와 선생님이 붙어있는 장면만 잘라낸 영상이었다”면서 “해당 영상에서는 아이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찜찜함이 가시지 않아 결국 며칠 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잊을 만 하면 불거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정부는 그 때마다 부랴부랴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학대 사례는 해마다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매년 발표하는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13건이던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는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2017년 840건으로 증가했다. 아동학대 행위자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부모(친부모, 계부모, 양부모 포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으로 가장 높았지만, 2001년 3.0%에 불과했던 대리양육자(유치원ㆍ초중고교 교직원, 보육 교직원, 시설 종사자 등)에 의한 학대는 2017년 14.9%로 크게 늘었다.

결국 정부가 사후약방문식으로 쏟아내는 각종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대책이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다. 2015년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가 폭로된 것을 계기로 그해 9월부터 모든 어린이집은 무조건 CCTV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호자가 영상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영ㆍ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보호자가 아동학대 또는 사고가 의심될 경우 열람요청서나 의사소견서를 어린이집에 제출하면 원장이 10일 이내 열람 가능 여부를 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원장이 고장 났다거나 삭제됐다며 ‘보여줄 수 없다’고 하면 보호자는 경찰을 대동해야만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CCTV가 삭제된 경우 증거인멸로 보호자가 고소를 하려고 해도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다”고 했다. 2014년 99건이었던 유치원 교사의 아동학대는 2017년 276건으로 늘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 그래픽=박구원 기자

CCTV를 통한 어린이집 감시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다수는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자격요건 강화가 근본대책이라고 말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하루 8시간 근무와 1시간 휴식을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3월 보육교직원노조가 보육교사 746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401명) 중 57%가 실제로 쉬지 못한 채 ‘휴식확인서’에 허위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도 열악하다. 올해 기준 어린이집 신규 교사(1호봉)의 월 급여는 170만원 안팎이다. 이는 그나마 국공립에만 해당되는 금액으로, 민간 어린이집 교사 중에는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또 일정기간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 의무 실습 과정 이수만 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육교사 진입문턱이 낮은 것은 문제지만 일률적으로 자격 기준으로 올렸을 때는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보육교사의 처우 및 근무여건 개선과 함께 자격기준 강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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