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자산 규모 10조원 넘었을 듯… 이달중 ‘대기업 집단’ 지정 확실시 
 “제조업 총수 겨냥 30년 된 제도” 업계선 규제 많이 늘어나 시큰둥 
당국에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정보통신(IT) 업계 공룡으로 성장한 카카오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이 확실시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데, 카카오가 지정될 경우 제조업이 아닌 IT 기업으로선 첫 사례가 된다. 재계에서는 카카오의 ‘대기업 집단’ 지정이 국내 산업 중심추가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IT 기업들은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으며, 카카오의 뒤를 이어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주요 IT 기업들도 조만간 대기업 집단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를 포함한 카카오그룹 계열사 70여 곳의 공정자산은 9조9,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카카오그룹 공정자산 8조5,000억원보다 1조 4,96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인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네이버도 일본 자회사 라인을 포함하면 공정 자산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업 집단 지정은 국내 자회사 자산만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번에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IT업계는 카카오가 지난해 9개의 소프트웨어ㆍ콘텐츠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에 카카오의 현재 자산 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약 30개의 기업을 M&A해 현재 자회사 수가 93개에 달한다.

IT 기업 자산 및 계열사 수. 그래픽=신동준 기자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당시 자산 기준은 5조원이었는데, 갑자기 덩치가 커진 IT기업에 일반 제조업 대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공평 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자산 기준을 10조원으로 높였다. 이 덕에 카카오는 6개월 만에 대기업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신 정부는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 집단’(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준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기업은 △그룹 계열사 주식 소유현황 신고 △중요 경영사항 공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대기업집단 기업은 여기에 더해 △계열사 간 상호출자ㆍ순환출자ㆍ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가 추가 적용된다. 지난해 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IT 기업은 카카오(8조 5,000억원) 네이버(7조 1,000억원), 넥슨(6조 7,000억원), 넷마블(5조 7,000억원) 등이다.

IT 업계는 대기업 집단 지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규모가 커진 기업들의 투명 경영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제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총수 사익 편취 등을 막기 위해 30여년 전 만든 ‘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현재의 IT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IT 기업들이 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때도 이런 논란이 불거졌었다. 네이버는 총수(동일인)의 일가 친척들이 회사와 거래할 때 모든 사항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총수 없는 준대기업 집단’ 지정을 공정위에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준대기업 지정 당시 자회사 임원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 공시를 누락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의 재판 결과는 금융위원회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 심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IT 기업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내 대표 게임 회사 대표는 뇌물 공여 논란에 이어 법인세 탈세 의혹도 받고 있지 않느냐”면서 “IT 기업이라고 해서 총수의 사익편취나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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