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실화탐사대’에서 24일 조두순 얼굴이 공개됐다. MBC 방송 캡처

2008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끔찍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던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최근 성폭력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017년 9월 조두순 출소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약 61만 명이나 동참하였다. 답변자로 나선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행법 체계에서는 재심청구나 형의 연장은 불가능하지만, 조두순이 출소하더라도 5년간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7년간의 전자발찌부착과 더불어 보호관찰관의 감독이 예정되어 있으니 정부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하여 24시간 일대일 관리를 통해 조두순이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이 약속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조두순법’이 지난 4월 16일부터 시행됨으로써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 정부의 약속과 후속대책만으로는 일반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고,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월 24일 한 방송은 신상공개 등 성범죄자 관리 실태를 점검해본 결과 심각한 관리 부실이 드러나 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하였고, 이후 주요 성폭력정책의 실효성논란이 재점화되었다.

2000년대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엄벌주의를 주된 특징으로 하는 다양한 성폭력대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중 상당수의 대책은 조두순사건 이후 이에 공분한 여론의 압력에 의해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정형이 상향되고, 양형기준이 강화되어 성폭력범죄자가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예전에 비해 더 오랜 기간 교도소에 수감된다. 출소 이후에는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직종에 취업할 수 없고, 20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거주지가 바뀌는 경우마다 인근주민들에게 우편으로 신상정보가 고지된다. 재범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최장 30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살아야 하며, 유치원, 학교주변 등에 대한 출입과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고, 야간에 외출이 금지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전자적으로 체크되어 바로 경보가 울린다. 마지막으로 성도착증 환자로 진단된 경우에 본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최장 15년 동안 성충동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이중삼중의 엄벌주의 정책들은 일견 성폭력범죄로부터 아동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아동성폭력 범죄의 감소라는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일반국민들은 더욱 불안해하며,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대부분의 대책이 비정상적인 낯선 성인이 아동을 유인ㆍ납치하여 극심한 신체적 상해를 입혔거나 살해한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마련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책들은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이에 공분한 일반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입법자들과 정부가 별다른 준비과정 없이 단기간에 외국의 제도들을 참고하여 마련ㆍ시행되었다. 그러나 상담사례가 보여주듯이 대부분의 아동성폭력범죄는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아는 사람에 의해서 저질러진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낯선 사람에 의한 성폭력범죄를 가정하여 설계된 신상공개,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등은 대다수의 아동성폭력범죄에 대해서 효과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기 위해서는 엄벌주의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엄벌주의는 처벌의 확실성과 결합되었을 때에만 효과적이다. 현재 성폭력범죄는 신고율이 매우 낮고, 신고된 사건마저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대부분 불기소 처리된다. 재판에 회부되는 경우는 신고된 사건의 약 30% 수준이며, 징역형을 받는 범죄자는 재판에 회부된 범죄자의 약 25%, 수사기관에 알려진 범죄자의 10%미만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성폭력범죄를 저질렀어도 엄한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경우 엄벌주의는 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지 못하며, 오히려 저항을 야기할 수 있고, 일반국민들의 사법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주민의 감시(신상공개제도), 물리적 기계장치(전자발찌), 약물(화학적 거세) 등을 통해 성폭력범죄자를 관리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범죄자의 위험을 관리한다고 해서 그의 범죄성이 변화되지는 않는다.

성폭력범죄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해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처벌의 확실성 확보를 위해 신고율 제고, 수사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죄자의 변화와 사회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교화 및 치료프로그램을 내실화하여야 한다. 범죄와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환경과 문화를 바꾸는 사회정책 등 가장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형사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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