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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 유재석 “부모도 즐거운 키즈콘서트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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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 유재석 “부모도 즐거운 키즈콘서트 기대하세요”

입력
2019.05.02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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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서트 진행 맡은 나웅준씨 

나웅준씨는 “키즈 콘서트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음악회”라며 “아이들 흥미를 끌만한 재미, 수준 높은 연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나웅준씨는 “키즈 콘서트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음악회”라며 “아이들 흥미를 끌만한 재미, 수준 높은 연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 음악계의 유재석’.

트럼페터 나웅준(37)씨 이름 앞에 곧잘 붙는 수식어다. 금관오중주 악단 ‘브라스 마켓’의 리더로 활동 중인 그는 인터넷 오디오 방송인 팟캐스트 ‘지루한 클래식’의 진행자, 클래식 공연 사회자로도 맹활약 중이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조재혁씨가 유명세와 세련된 매너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사회자라면, 나씨는 재치 있는 입담과 깔끔한 진행으로 클래식 입문자에게 인기가 높다. 일반의 눈높이로 클래식 악기와 작품을 소개한 책 ‘퇴근길 클래식’(페이스메이커 발행)은 지난해 출간해 최근 4쇄를 찍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잠실에서 만난 나씨는 “몇 해 전 사고로 슬럼프를 겪었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9세, 6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이번 어린이날 롯데콘서트홀 ‘키즈 콘서트’의 진행을 맡는다.

나씨가 브라스 마켓을 창단한 건 2006년이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2006)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로 국내 클래식 음악 붐이 막 일던 당시 동문인 최수열씨가 지휘한 칸타빌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장한나씨가 지휘한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에 참여하며 클래식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0년 무렵, 사회인 야구단에서 운동을 하다 입에 야구공을 맞아 치아 상당수가 부러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입술과 이를 통해 소리를 내는 관악연주자에게 부상은 치명적이었고, 재건수술로 치아 각도가 달라지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는 “(가끔 들어오는 연주 기회마다) 안 틀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마음에 응어리가 졌다. 저를 다잡기 위해 음악치료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수강생 중 전문 연주자는 나씨 딱 한 명이었다. “제가 제일 뻣뻣했어요. 연주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니까 음악을 매개로 제대로 놀지 못하는 거죠. ‘음악이 뭘까’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다 결정적인 계기는 임상시험 차 4세 소아마비 환자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1대 1 심리치료 과정에서 나씨는 트럼펫으로 동요 ‘나비야’를 불렀다. ‘전공자가 그거 밖에 못 부르냐’는 핀잔을 들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남들 앞에서 제대로 연주를 못한지 6년만의 일이었다. “애가 좋아하니까 저도 편해져서 몇 곡 더 연주했죠. 그렇게 아이랑 놀면서 ‘이제까지 꿈꾼 연주자의 모습이 아니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뛰어난 연주, 완벽한 연주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아이를 보고 알았어요.”

어린이날 키즈콘서트로 아이들을 만나는 트럼페터 나웅준. 롯데문화재단 제공
어린이날 키즈콘서트로 아이들을 만나는 트럼페터 나웅준.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제 어떤 식으로든 클래식 음악의 장점을 알리고 싶었다. 국내 강연전문 기획사에 공개 강연을 하겠다고 신청해 자신의 슬럼프 극복기를 소개했다. 소탈한 모습의 강연 영상이 공개되자, 클래식 공연 진행자 섭외가 속속 들어왔다. 스탠딩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를 보면서 무대에서 쓸 멘트를 구상했다. 강박에서 벗어나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보였다. 그는 “연주 경험이 많이 도움 된다. 예컨대 연주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한 시간이라도 교향곡 전곡보다 갈라콘서트 연주가 더 지친다. 흐름이 자주 끊기니까 집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키즈 콘서트 진행은 올해로 3년째, 슬럼프에서 벗어난 지 딱 그만큼 됐다. 이제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은 어린이 날 콘서트 무대에 선 아빠를 보는 게 익숙해졌다. 나씨는 “딸은 아빠 공연 재미있다고 하지만, 아들은 공연장 옆 키즈카페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고 멋쩍게 웃는다. “가능하면 아이들이 음악가 길을 가지 않길 바라죠. 힘드니까. 그래서 클래식 음악 많이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데, 정서 발달을 위해 한번씩 공연장에 데려가요. 요즘 애들 듣는 음악은 구성이 굉장히 복잡하거든요. 만화 주제가만 해도 리듬을 잘게 쪼개고, 대부분 전자악기로 녹음하죠. (아이들이) 단순하고 선 굵은 클래식 음악을 번갈아 듣는 게 좋아요. 특히 클래식 공연은 스피커를 쓰지 않고, 악기 자연울림을 직접 들을 수 있죠.”

올해 키즈 콘서트에서는 디즈니 테마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그레고리 스미스의 ‘동물원 노래’, ‘오케스트라 게임’을 선보인다. “각 악기 특성을 동물, 스포츠 경기로 풀어 연주를 들으면서 악기별 개성을 알 수 있어요. 특히 2부 ‘오케스트라 게임’에서는 평소 덜 알려진 악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대표적인 게 베이스트럼본인데요, 일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으로 주 선율을 연주해요.”

이번 콘서트 진행을 할 땐 목표 하나를 더 세웠다. 자신과 같은 부모들도 즐길만한 수준의 콘서트를 만드는 거란다. “어린이날이니 아이에게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각오’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함께 즐기며 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은 부모 모습을 따라하기 마련이니까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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