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61.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장기간 달러당 1,100원 초반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원ㆍ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160원선을 돌파하며 26일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일시적 급등”이라는 견해와 미국의 1분기 성장률 호조로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오른 1,161.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주(19일 종가 1,136.9원)만 해도 1,13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이번 주 들어 1,140원대를 돌파하더니 24일 1,150.9원, 25일 1,160.5원으로 하루 10원씩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6일 종가는 2017년 1월 31일(1,162.1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갑작스런 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은 국내 경기 둔화와 관계가 깊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3%로 집계됐다. 수출이 쪼그라들고 기업투자가 줄어드는 등 국내 경기의 총체적 부진이 지표로 확인된 것이다. 시장은 물론, 금융당국조차 마이너스의 폭이 이처럼 클 줄은 예상하지 못해 심리적 충격이 원화 급등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와 반대로 최근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4일 98.08로, 2017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 경제와 부진한 나머지 국가들 간 차이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 수출기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한편으론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 일으키는 측면도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결국 구두개입에 나섰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새 환율이 오른 것은 달러 강세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특이사항이나 나타나면 정부가 적기에 대응하도록 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최근 환율 급등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현상이란 의견이 나온다. 하반기에는 환율이 다시 1,100~1,140원 사이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다른 주요국 간 경기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미ㆍ중 무역협상 후 중국 경기가 반등하면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 역시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장이 미국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 달러 강세가 앞으로도 지속돼 환율 상승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이날(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전기대비 연율 2.5%)을 크게 웃도는 3.2%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소속 서정훈 박사는 “26일 환율이 보합세를 보인 것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미국의 1분기 경제실적을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의미였다”라며 “환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상승폭은 점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최근 원ㆍ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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