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포럼 개막 연설, 미중 무역협상 의식해 몸 낮추기
“보호주의 반대” 존재감 부각도… 푸틴 “中이 협력 최우선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자본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환율은 평가절하하지 않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을 없애는 한편 수입은 늘려 무역의 균형을 추구하겠다”고도 말했다. 그간 미국이 요구해 왔던 온갖 시장 개방 조치를 망라한 셈이다. 이처럼 미국을 향해 한껏 몸을 낮추며 성의를 보이면서도, “보호주의에는 반대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미국에 맞선 중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을 통해 이같이 전방위적인 대외 개방 추진 방침을 밝혔다. 그는 우선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건 기업의 권익을 지키고 국가가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지재권 침해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자 지분 소유와 독자 경영을 더 많이 허용하겠다”며 “투자 금지대상 리스트는 줄이고 자유무역 실험구와 자유무역항 건설에는 더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달 ‘외상투자법’을 제정해 강제 기술이전 등 불공정 행위를 금지했지만, 미국은 “법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여전히 시비를 걸고 있는 상태다.

시 주석은 아울러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인 중국은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 시장의 대문을 끊임없이 열겠다”면서 “무역 흑자를 고집하지 않고, 외국의 질 좋은 농산물과 제품 수입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환율과 관련,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인위적인 환율 절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시장을 왜곡하는 비합리적인 규정과 보조금을 없애고 시장화와 법치화를 통해 경영 환경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방 의지’를 부각시킨 시 주석의 언급에는 현재 막바지에 이른 미중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표단은 30일 베이징을 방문, 무역분쟁에 관한 추가 협상에 나설 예정이며 중국 대표단 역시 다음달 8일 워싱턴을 찾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에서 곧 시 주석이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그와 동시에 중국의 패권전략인 일대일로를 띄우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일대일로는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개척했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중국의 개방과 발전에도 신천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돈 잔치를 벌이면서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의 개도국들이 빚더미에 올랐다는 서구 진영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미국을 겨냥해 “우리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촉진하고 보호주의에 명백히 반대한다”면서 “경제의 세계화가 더 개방적ㆍ포용적ㆍ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축사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든 나라와 폭넓은 협력을 하고 싶고 그 최우선은 중국”이라며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한다”며 “보호주의에 대응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시 주석과 찰떡 호흡을 맞췄다. 이날 개막식에는 40여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비롯, 총 150여개국의 대표단과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은 중ㆍ러 양국의 광범위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두 나라는 유엔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위를 보장하고 다자주의를 견지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에 판다 한 쌍을 선물로 제공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도 올해가 중러 수교 70주년임을 언급하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중러 간 한반도 비핵과 공조 방안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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