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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ㆍ푸틴, 비핵화 공조 집중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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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ㆍ푸틴, 비핵화 공조 집중 모색

입력
2019.04.2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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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北 체제 보장 위해 다자 협의 필요” 6자회담 카드

우군 절실 김정은 “한반도 문제 견해 공유ㆍ공동 조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제공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의 공조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핵 6자회담 가동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김 위원장은 대미 협상에 있어서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북미 간 톱다운(Top-down) 대화에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두고 북ㆍ중ㆍ러 구도가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25일 오후 2시 5분(현지시간)쯤 만나 5시간 동안 단독ㆍ확대회담, 연회 순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북한의 군비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 자국 안보와 주권유지를 위한 국제법적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제공하는 체제 보장이 북한에겐 충분치 않으리라 여겨지는 만큼 다자 협상을 통해 신뢰감을 주는 것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회담을 통해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이 도출되지는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의 러시아 역할을 거듭 강조한 만큼 회담에서도 6자회담 관련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회견이나 모두발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의 러시아 역할을 거듭 강조한 만큼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국제법의 힘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를 김 위원장과 했다면서 그는 “’주먹의 법’이 아니라 ‘국제법’이 세계 정세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 여정에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의 양보를 얻어내야 하는 북한으로서도 우군을 자처하는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6자회담 재개가 당장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 역시 북미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된 후를 (6자회담 재개 시점으로) 상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5~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이날 밤늦게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예정이다. 그간 중러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단계적ㆍ동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향후 북ㆍ중ㆍ러 삼각 구도가 공고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불어 김 위원장과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푸틴 대통령은 소개했다. 그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전력망 연결 사업이 주요 의제로 올랐다며 “한국에서도 국익에 부합하는 사업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확대회담에는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 올렉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 경제 분야 핵심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다만 대북 제재가 풀릴 때까지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통ㆍ에너지 분야의 경협에 접근하자는 수준에서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에 따라 12월 안에 철수해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추가 체류 논의도 진행됐다고 푸틴 대통령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대안이 있고 침착한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대북제재를 우회하기 위해‘교육연수생’ 등 형태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경제지원과 식량 및 약품 원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만난 이후 8년 만에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문제의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걸쳐 표명했다. 김 위원장도 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서로 견해를 공유하고,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해 나가는 데서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며, 러시아를 우군으로 공식화하는 게 북러 정상회담 주요 목적임을 시사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친선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 이어 진행된 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조러(북러) 친선 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평화ㆍ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국제적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러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나와 공화국(북한)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며 전략적 방침”이라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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