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션: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
한국 스타트업은 상생ㆍ협업 관계… 새로운 가치의 분배 등장에 도움
국회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 전 의원,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홍인기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 사이 두 명의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갈등은 ‘사회적 가치와 혁신의 충돌’이라는 심각한 사회 의제로 급부상했다.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규제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좌절을 토로하고 있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은 기존 산업의 생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폭발하고 있는 이 가치 충돌은 어느 지점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2019 한국포럼 3세션 ‘혁신과 사회적 가치 충돌, 어떻게 풀 것인가’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논의했다. 사회를 맡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 말미 “현장과 정치권이 느끼는 고민 사이의 접점은 바로 ‘안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공통된 시대정신 속에서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고민하며 출구를 찾아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혁신과 함께 사회안전망 필요”

이재열 교수=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내렸을 때 그 곳이 인도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인도가 아닌 전혀 다른 땅이었다. 우리가 과거의 인식과 경험을 갖고 새롭게 밀려오는 문명을 잘못 판단한다면 마치 콜럼버스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카풀 갈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 이야기해 보자.

전현희 국회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도태되는 기존 산업이 생기고, 사회적 갈등이 따른다. 새로운 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전 세계가 맞닥뜨린 현실이지만,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도태시키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고민을 했다. 신ㆍ구산업이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택시업계는 카풀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굉장히 강했다. 생존권의 문제였기 때문에 카풀 전면 도입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5개월 동안 150여차례 만나 대화하면서 겨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결론은 택시업계의 손만 들어준 것도, 카풀업계의 손만 들어준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았다는 것의 이번 사회적TF의 성과였다.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과 신뢰 구축이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본질은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 종사자 간의 대립이 아니다. 누가 더 불쌍한지, 누구를 더 챙겨줘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예정된 미래는 바꿀 수 없다. 길어도 20년 안에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온다. 택시 산업이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 분명히 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예정된 미래를 누가 만들 것인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간 지켜보니 혁신을 만들고 기회를 포착한 주체는 모두 스타트업이었다. 우선 혁신의 편을 들어주고 공정한 기회를 누구에게나 준 다음, 성공했을 때 다시 혁신가들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보다 현재 가치에만 무게를 둔다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마련돼야 한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정부는 우선 양극화 및 사회적 격차로 대변되는 사회적인 병리 문제에 대해 안전망을 제공해줘야 한다. 문제는 방법인데, 이를 위해 ‘디지털 세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산업이 쌓아온 질서를 어떻게 바꿀까 하는 문제도 풀어야 하는데, 택시ㆍ카풀 문제에서처럼 기득권이 곧 생존권이 되는 순간 해결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규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산업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또 국내 이익집단끼리만 잘 협의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단기적인 시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 이익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함께 망해버릴 수도 있다는 식의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 분배가 등장해야”

이 교수=다양한 해외 사례가 거론됐는데 한국 사회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사회에 구글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을까. 거기서 생겨나는 피해는 없을까.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업자=미래에 대해, 한국에 대해 내가 감히 조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가피한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기술결정주의는 극단적으로는 반민주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가 국가 안보 리스크까지 초래했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감히 제안을 드리자면, 우리는 인간 개인에 더욱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술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결정에 따른 것이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닐 고렌플로 셰어러블 창립자가 25일 ‘2019 한국포럼’ 세 번째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 대표=고렌플로 창업자가 기술결정론에 대한 우려를 표했는데, 우리의 입장이 기술결정론은 아니다.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에서 문제를 포착하고 혁신으로 해결하려는 정신이 필요한데, 이는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스타트업들은 서로 도우며 정보를 공유하고, 성공한 창업자가 다시 업계에 투자해 혁신 가치를 나눠가지는 등 상생과 협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가치의 분배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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