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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마일섬 원자력 사고는 왜 발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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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마일섬 원자력 사고는 왜 발생했나

입력
2019.04.26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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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폐쇄된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1979년 노심이 녹기 직전까지 가는 대형 사고를 겪으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6년 폐쇄된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1979년 노심이 녹기 직전까지 가는 대형 사고를 겪으며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멜트다운 

 크리스 클리어필드 등 지음ㆍ장상미 옮김 

 아르떼 발행ㆍ388쪽ㆍ2만5,000원 

2000년 초반 미국 정부는 저금리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정보통신(IT) 거품이 꺼지고 이라크전 여파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자 꺼낸 카드였다.초저금리 정책이 나오자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금리가 워낙 낮으니 담보대출로 집을 사서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었다.신용불량자들에게 고금리로 담보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활황을 맞았다.부동산 구매로 얻은 수익이 고금리를 뛰어넘는 구조여서 사람들은 앞다퉈 집을 샀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우수 금융상품으로 분류돼 고가에 거래됐다.

2007년 신용불량자들이 파산하면서 그들이 보유한 주택이 헐값으로 시장에 나왔다.담보로 잡은 부동산이 싸게 팔리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이 잇달아 도산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거래하던 대형 금융회사도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렇게 시작됐다.월가는 신용불량자들이 대거 집을 사는 상황을 간과하고 그저 고수익에 취해 위기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당시 미국 언론은 월가의 위기 상황을 ‘멜트다운(Meltdown)’으로 표현했다.멜트다운은 원자로의 노심이 연료 과열로 녹는 중대한 사고를 말한다.시스템이 붕괴됐을 때 비유적으로 쓰인다.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시스템 붕괴로 벌어진 여러 사건사고들을 돌아보고 공통 원인을 찾는다.사람들이 어떤 일을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은 사고 요인을 지니고 있음에도 인지하기 어렵다.극도로 복잡하고 전문화된 기술 때문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상황 파악이 어렵고,문제에 대비하기 쉽지 않아서다.

스타벅스는 2012년 연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 작업에 들어갔다.고객이 해시태그 #SpreadTheCheer를 써서 성탄절 메시지를 올리도록 독려했다.영국 런던 국립자연사박물관 아이스링크에 해당 해시태그가 붙은 모든 트윗을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마케팅이었다.부적절한 메시지는 필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걸러내도록 했다.하지만 필터 프로그램 고장으로 스타벅스가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난 메시지가 대형 스크린에 올라왔고,이는 하나의 놀이처럼 SNS에서 번져나갔다.잘 구축된 시스템으로 홍보효과를 제대로 누리려했던 스타벅스는 시스템의 맹점을 알아채지 못했다가 망신만 산 꼴이 됐다.

'멜트다운' 표지. 아르떼 제공
'멜트다운' 표지. 아르떼 제공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섬원자로 사고도 시스템 붕괴에서 비롯됐다.노심이 녹을 뻔한 대형사고는 간단한 배관 문제에서 비롯됐다.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때 구축한 복잡한 시스템 안에서 사소한 배관 사고가 어떻게 큰 문제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책은 멜트다운의 근본 원인을 ‘시스템에 대한 무관심한 신뢰’로 본다.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신뢰하기 때문에 시스템 붕괴 사고가 벌어진다는 것이다.시스템은 오류가 문제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작동하기에 인간은 시스템을 정상으로 인지하게 된다.결과로만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결과 편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저자들은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다양성이 부족한 조직 구성 등도 멜트다운의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멜트다운을 막기 위해선 좀 더 유연한 조직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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