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북러 회담 당일 맞춰… 한미연합 공중훈련 거센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대남 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한이 군사 분야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서다. 선전 매체를 통해 쏟아내던 대남 불만을 공식 기구 담화 형태로 발표하며 비난 수위를 높인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남조선(남한)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조평통 대변인 명의 담화를 보도했다. 담화는 2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거론하며 “과거의 체질화된 도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 행위”라는 게 담화 주장이다.

그러면서 남측이 ‘맥스선더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여 훈련 규모를 축소했다’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이 “상투적인 헛소리”라고 꼬집었다. “간판이나 바꾸어 달고 ‘규모 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술수)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 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리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경고도 더했다. 담화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 마련”이라며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그 어떤 대응 조치를 취하든 남조선 당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며 만일 그에 대해 시비질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사태가 험악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최근 북한이 한미 훈련을 비난한 게 처음은 아니다. 앞서 18일에도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전쟁 열을 고취하고 있다”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이후 공식기구의 담화문 형태로까지 남측을 비난하며, 발언에 무게를 싣는 형국이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지난해 1월 23일 이후 458일 만이다.

이번 담화는 공교롭게도 북러 정상회담 당일 발표됐다. 러시아와 친분 관계를 과시하는 날에 맞춰 한미를 동시에 밀어내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대미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이틀 남겨둔 날이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조평통 담화에 대해 “앞으로도 남북 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해나감으로써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