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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밀어준 뒤 돈 나눠먹은 통신 4사에 과징금 13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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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밀어준 뒤 돈 나눠먹은 통신 4사에 과징금 133억원

입력
2019.04.25 12:00
수정
2019.04.25 18: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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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최다 KT는 검찰고발도… KT, 케이뱅크 증자 난망

통신사 국가사업 입찰 담합 내역.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통신사 국가사업 입찰 담합 내역.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KT는 2015년 조달청이 발주한 249억원 규모의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 입찰을 따냈다. 경쟁 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입찰에 불참하면서 KT와 세종텔레콤 두 회사의 경쟁 구도로 진행됐다. 낙찰 이후 KT는 LG유플러스로부터 회선을 임차하는 조건으로 46억원을 지급했고, LG유플러스는 다시 SK브로드밴드와 회선 임차 계약을 맺은 되 실제 회선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24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나눠 가졌다.

공공기관의 통신회선 사업 12건의 입찰에 담합해 부당 이익을 얻은 국내 대형 통신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은 특정 회사가 예정가격 대비 높은 가격(낙찰률)으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운 뒤, 해당 사업에 필요한 회선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나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12건의 입찰을 담합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 4개 통신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33억2,700만원을 부과하고 KT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과징금은 KT가 57억4,300만원으로 가장 크고 LG유플러스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 32억7,200만원, 세종텔레콤 4억1,700만원 등이다.

네 회사는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2건은 복수사업자 선정)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한 뒤 입찰에 참여했다. 전체 계약 규모만 1,614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KT가 9번, LG유플러스가 4번, SK브로드밴드가 1번 사업을 따냈다.

이들 회사는 낙찰 예정자가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가 들러리로 참여하거나, 유찰 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사업에 필요한 회선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한 회사로부터 임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낙찰 예정자는 예정 가격의 96~99%에 달하는 높은 낙찰률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통신사들이 담합에 나설 유인도 충분했다. 기존에 사업을 진행하던 통신사는 사업자가 교체되면 구축해놓은 설비를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어 매몰비용과 철거비용을 들여야 한다. 다른 사업자들도 무리해서 입찰을 따낸 뒤 3~5년 뒤 사업자 재선정에서 탈락하면 마찬가지로 비용 부담 요인이 된다.

합의 이행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회선 임차 계약을 맺을 때는 한 회사와 1차 계약을 맺은 뒤 그 회사가 다시 다른 회사와 2차 계약을 맺도록 했다. 두 회사와 동시에 임차 계약을 맺을 경우 담합이라고 의심을 받기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가령 KT가 낙찰된 사업의 경우 LG유플러스에서 회선을 빌리고, LG유플러스는 다시 SK브로드밴드로부터 회선을 임차했다.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로 회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대금만 지급하기도 했다.

성경제 공정위 입찰담합 과장은 “들러리 입찰과 대가 지급이 만연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할 계기”라며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발주 사업 입찰 담합이 적발될 때는 의결서를 법무부에도 통보해 발주 기관이 소송을 통한 부당이득 환수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이번 제재로 자사 주도로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KT가 신청한 케이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심사(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는데, 이번 제재 결정에 따라 심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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