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넥슨 코리아 본사 전경. 박지윤 기자

미국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넥슨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회사 넥슨지티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면 급등세를 보였다. 넥슨이 보유한 게임 제작 역량을 디즈니가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인수에 따른 기대감에 시장이 한 때 출렁였던 것인데, 정작 소문의 시작은 국내 매체 보도를 인용한 해외 언론이었다.

이날 오전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디즈니가 넥슨을 132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유포됐다. 지라시에는 디즈니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지분 98%를 보유한 김정주 대표에게 접근했다는 등 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반응은 발 빨랐다. 이날 시가 1만2,200원으로 시작한 넥슨지티 주가는 전일 대비 28.3%나 오른 1만5,650원까지 치솟았다. 특히나 업계에서는 디즈니의 넥슨 인수설이 올해 초 김 대표가 NXC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꾸준히 입에 오르내렸다는 점에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얘기가 고개를 들었다. 실제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비롯해 네오플 등 국내 자회사까지,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매각 규모에 업계에서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디즈니나 텐센트 등이 NXC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2008년 디즈니가 넥슨에 먼저 손을 내밀어 매입 의사를 타진한 적 있다는 점이나, 김 대표 본인이 2015년 자서전에서 ‘넥슨을 디즈니처럼 만들고 싶다’고 쓴 것도 이 같은 소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라시는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이었다. 외신이 17일 국내 한 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 옮긴 기사가 다시 지라시를 통해 국내로 유포된 것이다. 당시 해당 신문은 ‘김 대표가 디즈니 관계자를 직접 만나 넥슨 인수를 타진했다’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삼았지만, NXC 측에 사실 여부를 확인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넥슨지티 주가도 1만3,5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장 디즈니의 넥슨 인수설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그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멀티미디어 산업부터 방송사, 출판사, 호텔까지 장악한 디즈니이지만 게임 부문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넥슨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디즈니에도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라는 게임 자회사가 있지만, 그간 흥행한 게임은 내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하나가 ‘문화 제국’이라는 명칭을 얻을 만큼 현재 가지고 있는 엄청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이 현실이 될 경우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IP는 물론이고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2012년 루카스필름, 올해 21세기폭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어마어마한 IP를 획득하고 있는 디즈니가 넥슨이 보유한 게임 제작 역량만 잘 활용할 수 있다면 IP를 제2, 제3 창작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넥슨과 NXC는 현재 이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당초 3, 4월 중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됐던 매각 본 입찰은 지연을 거듭, 5월 15일에나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8월1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입구 모습. 월트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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