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주석이 23일 산둥성 칭다오 인근 해상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제를 지켜보고 있다. 칭다오=A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유럽 순방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발걸음을 보이자 서방 언론이 중국의 후계 구도에 대해 걱정하고 나섰다. 시 주석이 관례를 깨고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걸이가 중국의 승계 계획 부재에 대한 걱정을 부활시켰다”면서 “중국 지도자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일인 통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6월로 만 66세가 되는 시 주석은 아직까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는 않아 왔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인근 해상에서 23일 열린 해상 열병식 및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중국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갑자기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유는 앞서 시 주석의 유럽 순방 과정에서 걸음걸이가 이상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 3국을 국빈 방문했는데, 발을 약간 저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드러났다. 시 주석은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를 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에서 다소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또 다음날 마크롱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할 때도 의자 팔걸이에 힘을 주면서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TV 화면을 통해 전해졌다.

서방의 외교관들과 중국의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시 주석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WJS는 보도했다. 실제로 당시 빈과일보를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은 시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시 주석이 고혈압이나 허리 디스크, 당뇨병 등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일부 매체는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 시 주석이 관절이나 통풍에 걸린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 주석의 건강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확실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시 주석의 건강 문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 주석이 '시황제'(習皇帝)로 불릴 정도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데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를 깨고 차기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2018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부여받았다. 특히 제13기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서방의 정치 분석가들의 대다수는 시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계속 권좌를 지킬 것으로 예상한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시 주석이 작년 제13기 전인대에서 헌법개정을 통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이후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 면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한 연구자는 두 나라의 정보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시 주석의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힌 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이 제대로 된 후계구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만일 시 주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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