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2월 서울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궐기대회'에서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하라고 시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법시험 폐지 이후 등장한 변호사시험(변시) 합격 기준을 두고 법조계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일정 점수만 넘으면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 방식의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합격 문턱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반론을 내놓는다.

사실 이 논쟁은 로스쿨과 변시 도입 때부터 예견된 논쟁이다. 그 때문에 시험방식이나 합격자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넘어 이번 기회에 로스쿨 운영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변시 기준’ 재검토 움직임 

법무부는 26일 열리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을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시 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변시 합격결정 방법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가장 적합한 기준이 무엇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관리위에서 재검토를 결정하면 관리위 위원 15인을 중심으로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려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2년 첫 변호사시험이 치러졌을 당시 법무부는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 이상’으로 합격률을 결정했다. 이후 변시 합격자 수는 1회(1,451명)부터 지난해 7회(1,599명)까지 1,500명 안팎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응시자 수가 누적되면서 합격률은 87.1%(1회)에서 49.4%(7회)까지 떨어졌다. 8회 변시는 응시자가 3,300여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여서 합격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시 낭인’ 없앤다더니 ‘변시 낭인’을 길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민변 변호사들이 로스쿨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스쿨 ‘2,000명’ vs 변협 ‘1,000명’ 

로스쿨 측은 당연히 변시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로스쿨협의회는 변시 합격자를 ‘응시자 대비 60% 이상(8회 기준 1,998명)으로 유지해라’는 성명을 내놨다. 변시 도입 취지 자체가 자격시험화라는 점을 들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단체는 오히려 합격자 축소를 주장한다. 합격자만 늘리면 포화된 변호사 시장이 혼탁해지리라는 논리다. 대한변호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변호사수는 2만5,838명이다. 6년 사이 2배 늘었다. 이 추세라면 4만~5만명 넘는 건 시간 문제다. 지난 22일 집회를 연 변협은 ‘합격자 수 1,000명’을 내세웠다.

 ◇“로스쿨 정상화 방안과 함께 논의해야” 

결국 로스쿨 재점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은 “변호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합격자 줄인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며 “그보다는 로스쿨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변시의 자격시험화 전제조건으로 ‘로스쿨 학사관리 강화’를 내걸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변시 제도 개선은 ‘로스쿨 개선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변시 합격에 목을 메면서 로스쿨이 사실상 고시학원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은 변시 합격률이 낮아 학사과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반대 쪽은 학사과정이 비정상이라 변시를 통해서라도 걸러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며 “로스쿨이 다양하고 좋은 인재를 길러낼 학사과정을 어떻게 꾸릴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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