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미고용 기업이 낸 돈 5년간 4배 늘었지만 활용도 낮아
장애인 구직자들이 지난해 4월 '제15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서 구직정보를 얻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대가로 지불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매년 불어나 지난해 기준 1조원 가까이 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장애인 일자리의 질과 양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지만 정작 활용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24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적립액은 9,495억원으로 2013년 2,294억원에 비해 5년간 4배 넘게 불어났다. 우리나라는 국가ㆍ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공공ㆍ민간기업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의무고용률(2019년 민간 기준 3.1%) 이상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데,이를 지키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내는 사업장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실제 2017년 12월 기준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률은 46.1%에 그친다. 1,000인 이상 기업은 23.9%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행률이 떨어진다.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적립금/김경진기자

고용부담금 수입이 쌓이면서 고용부도 올해 기금 지출 예산을 2018년에 비해 30.4%(1,115억원) 늘렸다. 중증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수행을 돕는 근로지원인을 올해 3,000명(지난해 1,200명)으로 늘리는데 370억원, 장애인의 취업 전 사전 적응을 돕는 지원고용사업에 81억원을 추가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장애인 의무고용률(민간기업 기준)이 2012년 2.5%, 2014년 2.7%, 2017년 2.9%에 이어 올해는 3.1%로 꾸준히 올라가는 반면 실제 이행률은 답보 상태여서 기금 수입은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계에서는 기금의 활용 범위를 늘려달라고 주장한다.조호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국장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해줄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건립이나 최저임금 미적용자에 대한 임금 보전 등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권미혁 의원안, 김병욱 의원안)이 발의돼 있지만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박희준 고용부 장애인고용과장은 “이 기금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업장에게 걷어 잘하는 사업장에게 나눠줌으로써 고용을 촉진시키는 게 첫 번째 목적”이라며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직업재활시설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해 줘 그 자리에 머물러있게 하기보다 일반기업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근본적으론 의무고용 이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65세 이상 장애인 비율이 47%(2017년 기준)에 달하는 등 장애인구의 고령화를 고려하면,의무고용률만 높여 기금만 쌓기보다 현재 창출된 일자리 유지와 질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윤상용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의무고용률이 5%가 될때까지 지속적으로 올리는 대신 사업장의 규모, 재정적 상황, 업종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제시해 실제 이행률을 높이고,대상 기업도 현재 50인 이상에서 단계적으로 30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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