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판매수수료 연차별 지급 비율 . 송정근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일부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이 지급하고 있는 과도한 판매수수료가 불완전판매와 일명 ‘고아계약(설계사의 이직ㆍ퇴사로 사후 관리가 안 되는 계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지급 방식이 바뀌면 높은 수수료로 설계사들을 끌어 모아 급성장한 GA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계약도 만드는 고액 수수료

2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당국이 추진 중인 보험업계 영업 관행 개선사항 중 하나는 설계사가 상품을 팔았을 때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수당) 체계를 손보는 것이다.

대부분 설계사 권유로 가입하는 보험의 특성상 보험사는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설계사에게 판매 초기에 수당을 집중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와 GA들이 경쟁적으로 수당을 확대하다 보니 일부 사례에선 설계사가 판매 1년 차에 받는 수수료가 월납입 보험료의 1,600%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월 보험료가 100만원이라면 설계사가 한 해에만 1,600만원을 챙겨가는 셈이다.

자연스레 설계사 입장에서는 고객의 필요보다 인센티브가 높은 상품을 우선시 할 유혹이 생긴다. 실제 그 결과 불완전판매가 급증했고, 설계사가 더 많은 수수료를 주는 곳을 찾아 이직하는 현상이 늘면서 기존 고객관리가 부실해지는 부작용도 생겼다.

초기 수당이 높은 현실은 ‘작성계약(가짜계약)’의 가능성도 낳고 있다. 예컨대 설계사가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매월 10만원씩 내는 보험에 가입해 1년 내에 판매 수수료로 160만원(월 보험료의 1,600% 가정)을 받는다고 치면 1년만 유지하고 해약해도 40만원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 수당, 연간 보험료 못 넘게 규제”

때문에 금융당국은 설계사의 판매수수료를 상품가입 1년 차까지는 고객의 연간 납부 보험료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첫 해에 집중되는 수수료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판매수수료 총액 중 절반 이상을 판매 1년 차에 지급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낮추고 2~4년 차 지급 비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설계사가 수당을 받으려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이후 고객 관리를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더 나아가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수수료 통제를 주문하는 모양새다.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의 상당 부분은 GA에 상품 판매를 위탁한 보험사들이 ‘시책’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뛸수록 보험사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다.

높은 수수료를 쫓아 보험사에서 GA로 이직하는 설계사 수가 급증하면서 3년 전부터는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전속 설계사 규모를 뛰어 넘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1년 차 설계 수수료 비율은 물론, 2~4년 차에 걸쳐 나머지 기간도 정부가 일정 비율로 수수료 제한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GA설계사 간 판매 수수료 차이가 사라져 GA로 이직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당국의 수수료 개편 작업은 어떤 수준으로 결론이 나든, GA업계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보다는 GA업계의 판매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다. GA업계는 당국의 수수료 통제가 GA 소속 설계사 이탈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운영비 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가 책정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 보험사와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이해당사자의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개편이 설계사들의 생업과 직관되는 문제라 쉽게 결론 내긴 어렵지만 상반기까진 매듭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내부의 다툼이 소비자 피해로 전가되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든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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