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졸속 심의를 규탄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엄정 심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조5,892억원 vs. 1조6,423억원.’

각각 정부와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내야 할 미납액 규모다. 국민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보다 정부가 미납한 건강보험 지원예산이 13배 이상 크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한‘문재인 케어’ 시행 등으로 건보재정에 부담이 가고 있지만,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카드만 만지작거릴 뿐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강화 약속은 속절없이 미루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건강증진기금(담배세)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건보 예상 수입액을 정확히 추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낮춰 잡으면서 법정 지원예산액을 단 차례도 맞추지 못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미납액은 각각 3조2,273억원, 3조6,572억원이다. 법이 제정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 동안 국고지원 미납액은 21조5,89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건보재정은 1,778억원 적자로 8년 만에 당기적자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법정 지원액을 모두 줬다면 3조4,000억가량 흑자를 볼 수 있었다는게 건보공단의 주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3월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건강보험 적자 원인을 “국고지원 비율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도 요인 중 하나”라고 답한 바 있다.

건보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에도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액을 낼 의지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재정 전망을 통해 2020년 이후에도 국고지원액을 법정 20%가 아니라, 2019년 지원수준(13.6%)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2017년 8월 문재인케어 발표 당시 최근 10년간 평균 수준(3.2%)을 유지하겠다던 건보료율은 슬그머니 연 3.49%로 높였다. 국내와 비슷한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국가들의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중은 일본 38.8%, 벨기에 33.7%, 프랑스 52.2%, 네덜란드 55.0% 등이다.

이런 지적 때문에 정부 지원의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보험료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의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2년 후 사후 정산을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기동민 의원안)의 경우에는 정부가 연 1조8,407억원을 더 지원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금을 전전연도 수입액의 16%로 변경하는 법안(윤일규 의원안)은, 연 1조8,812억원의 지원을 더 할 수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최소한 법에 전전년도 보험료 수익액 중 몇 % 정도를 지원한다 등의 명확한 규정이라도 두지 않고서는 정부 정부가 책임을 다한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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