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피해 주민 “한전이 이번 산불 가해자 명백”
김종갑 “수사 결과 별개 민사적 책임도 질 것”
24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사무소를 방문한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산불 이재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장 1,000개 가까운 산림 700여㏊를 쑥대밭으로 만든 고성ㆍ속초 산불이 발생한 지 20일 만인 24일 오전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피해 주민들을 찾아 사과했다.

김 사장은 이날 고성군 토성면 사무소에서 열린 피해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한전이 관리하는 설비의 아크 불씨로 인해 산불이 비롯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경찰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중앙정부, 자치단체, 피해 주민 비대위와 한전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논의하겠다”며 “국민들 가까이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 사장은 특히 한전에 형사책임이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와 별개로 민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날 주민들은 한전의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간담회장에 나와 김 사장의 발언을 경청했다.

한 주민은 “이번 산불로 인해 숨진 유가족들에게는 왜 사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들도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에서 불이 시작된 게 명백한데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산불 직후 한전이 이물질을 언급하며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장현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은 한전이 가해자라는 것”이라며 “한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으로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24일 오전 고성군 토성면 사무소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와 고성ㆍ속초 산불 피해 주민 간담회장에서 한 주민이 김종갑(왼쪽) 사장에게 산불 발화에 대한 사과와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유가족에는 곧 찾아 뵙고 사죄를 드리겠다”며 “속초연수원을 피해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한전의 모든 약속을 문서로 남겨 주민들께 알려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김 사장은 토성농협으로 자리를 옮겨 비대위 위원들과 30여분간 대화를 이어갔다. 노 비대위원장은 “한전과 비대위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배상문제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한전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 즉시 상경투쟁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3일 경찰이 고성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토성면 원암리 전신주와 배전센터를 관리하는 한전 속초ㆍ강릉지사를 압수수색 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고성 한전 발화 피해 보상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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