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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北 비핵화, 카자흐 모델로 이끌어야

입력
2019.04.2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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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누르술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신임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누르술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신임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은 핵을 스스로 폐기했던 나라인 만큼 북한 비핵화가 지상과제인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참고점이 될 만한 나라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주도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등 핵 관련 행보를 했다.

역사상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포기한 나라는 단 4개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접한 앙골라나 모잠비크 등에 소련 지원을 받는 쿠바군이 진주하는 등 안보가 위협받자 핵을 개발했다. 하지만 냉전 해체와 함께 안보 위협이 감소하자 남아공은 스스로 핵을 포기했다. 나머지 3개국은 모두 소련 연방 해체로 인해 생성된 비자발적 핵 보유국이다. 소련 해체 당시 많은 독립국가들이 탄생했는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독립 시점에 해당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자산은 해당 독립국의 소유가 됐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ㆍ카자흐스탄ㆍ벨라루스 등 3개국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우크라이나는 27척의 핵잠수함을 비롯해 핵탄두 1,800발, 유럽에 대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벨라루스는 825발의 핵탄두를, 광활한 초원 등으로 인해 핵 실험장이 다수 존재했던 카자흐스탄도 무려 1,410발의 핵탄두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세계 핵무기 보유 순위는 러시아-미국-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영국 등의 순서가 됐다. 세계 군사력 지형이 흔들린 것이다. 결국 이 세 나라는 핵을 포기했지만, 과정은 좀 달랐다.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걱정됐던 우크라이나는 핵포기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안보 분야에서 위협국인 러시아와 더 깊은 교류를 선택한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은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450차례의 핵실험으로 인해 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막대한 지하자원을 통한 경제발전을 계획했고, 그 자원을 구매할 국가들은 결국 서방세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투자의 보증수표인 미국과 우호적 관계 수립이 될 수 있는 핵폐기에 적극적인 정책을 폈다. 우크라이나가 밀고 당기며 1994년 러시아의 안전보장과 미국의 경제지원 등을 약속받은 ‘부다페스트 각서’가 체결되기 이전에 이미 카자흐스탄은 대부분의 핵을 폐기했고, 부다페스트 각서 체결 후 불과 1년 만인 1995년 12월에 핵폐기를 완료했다.

미국의 넌-루가 법안에 의한 직접 경제지원은 3개국을 합해 16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UN연설에 따르면 핵폐기 후 무려 1,200억달러의 외자가 유치됐다고 한다. 그런 외자 유치로 경제발전을 이뤄 120달러였던 1인당 GDP가 8,800달러에 이르는 중진국이 됐다. 결국 카자흐스탄의 발전은 ‘경제지원’이 아닌 ‘투자’에 의해서였다. 그 투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핵폐기가 동인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카자흐스탄에서 북한 비핵화의 길을 찾으려면 북한도 카자흐스탄처럼 스스로 핵리스트를 만들고 전면적인 사찰을 받으며 핵무기들을 제3국으로 내보내야 한다. 또 모든 핵관련 기술자들의 전직과 전직 후의 감시까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그 모든 절차를 적극 수행했기에 1,410발의 핵탄두와 각종 핵관련 시설을 불과 4년 만에 완전히 비핵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자흐스탄처럼 경제발전과 오랜 권력을 누리려면 북한도 스스로 주도적인 핵폐기에 나서면 된다. 세계 경제력 1ㆍ2ㆍ3ㆍ11ㆍ12위 국가에 둘러싸여 있는 북한의 입지조건이라면 카자흐스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가 들어오게 될 것이 필연적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은 북한의 생명을 연장하는 링거주사를 놔주는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같은 모습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돼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촉진자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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