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두차례 투표 모두 ‘12대 11’ 후폭풍… 유승민 “동지들과 당 진로 고민”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당직자들이 떨어진 현수막을 바로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도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운명’이 결정될 23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전쟁이었다. 필사 저지를 벼른 반대파 의원들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관영 원내대표 등 찬성파는 과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치열하게 맞섰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4시간에 걸친 갑론을박 끝에 한 표차로 여야 4당의 합의안을 추인하기는 했지만, 일촉즉발 분당 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의총은 의원들이 채 입장하기도 전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의원이 “당헌에 의총은 공개하기로 돼있고, 의원들이 공개를 요구하면 표결을 통해서 결정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언론 비공개 방침에 강력 반발하면서다. 대치는 이후 10여분간 계속됐고, 김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취재진에게 퇴장을 요청하면서 가까스로 회의가 개의할 수 있었다.

의총에는 소속 의원 29명 가운데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 등 4명과 사정상 불참한 2명(박주선, 박선숙)을 제외한 23명이 참석했다. 김 원내대표가 먼저 합의 내용을 설명한 뒤 약 두 시간에 걸쳐 의원들의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문제는 합의안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 들어가면서 폭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안건 의결에는 출석의원 과반 동의가 필요하다는 당헌에 따라 투표에 부쳤으나, 반대파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추진 법안들은 당론 의결이 요구되는 주요 법안인 만큼 당론 의결 충족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발이 거세자 김 원내대표는 결국 이 투표를 원천 무효화한 뒤 합의안 추인 기준을 과반으로 볼 것이냐, 3분의 2로 볼 것이냐에 대해 먼저 표결에 들어갔고, 개표 결과 ‘12대 11’로 과반 기준이 확정됐다. 이어진 본 표결에서도 패스트트랙 찬성은 12표, 반대 11표가 나와 결국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합의안 추인이 의결됐다.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8명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태규ㆍ김중로 의원 등이 두 차례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탈당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반대파인 이언주 의원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지 않았다면 가부 동수로 부결될 수도 있었던 결과다. 당장 바른정당계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억지논리로 과반수로 표결하게 만들고 그런 억지를 동원한 와중에도 12대 11로 표결결과가 나왔으니 이것은 지난달 이의원 당원권 정지부터 시작해서 아주 패스트트랙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합의안이 추인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역사적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손학규 지도부가 나를 징계할 때부터 탈당을 결심했지만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그 모든 수모를 감내해왔지만,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손학규 대표 퇴진을 촉구하는 와중에도 당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던 유 전 대표는 이날만큼은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의총이 끝난 뒤 “이런 식으로 당 의사결정이 된 것은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며 “당 현실에 자괴감이 들고,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했다.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의총장을 떠난 뒤 곧바로 모처에서 만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도부의 당 운영방식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일단 손 대표 퇴진 주장에 힘을 싣는 한편 6월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바른정당계를 밀어 당선시키는 방식으로 당권 확보 전면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가 동반 탈당을 결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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