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ㆍ치료약 없고 치사율 100%… 국제 돈육 가격 한달새 30% 급등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 동향. 그래픽=박구원 기자

구제역보다 무서운 가축 질병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국내 돼지고기 값까지 덩달아 상승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SF 바이러스(급성)에 걸린 돼지는 고열(40~42도)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다 보통 6~13일 안에 폐사한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어 치사율은 100%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국제 돈육 선물가격은 지난달부터 30% 가량 급등해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는 ASF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의 돼지 생산이 줄며 글로벌 수급에 영향을 끼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아시아 최초로 ASF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최근에는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海南)까지 퍼졌다. 발병 8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최초 발병 이후 올해 2월까지 반년간 돼지 100만마리가 살처분 되며 중국 돈육 생산량은 올해 10% 감소했다. 이에 중국 당국이 왕성한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급히 수입에 눈을 돌리며 글로벌 돼지고기 값이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ASF 바이러스발(發) 돼지 인플레이션이 국내에도 상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달 1~10일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지육 kg당 4,564원으로 과거 5년간 4월 평균(4,577원)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 11월~올해 2월 사이(3,000원대) 평년 수준(4,523원)을 크게 밑돌다 3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정부는 3~4월의 가격 상승세는 개학과 행락철 등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과 겹치는 수입 품목인 앞다리살의 경우 가공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비축량을 사용해 대응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의 국제 돈육가격 상승 효과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에서도 ‘피그플레이션(돼지+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NC스톤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에 5,480만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했으며 여기에 수입량을 보태 6,000만톤 가까이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중국의 수입이 지속 증가하면 다른 나라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수급과 가격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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